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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22. 2016

문법은 어려워

06- 폴 세뤼지에

폴 세뤼지에, 문법(공부), 1892, 71.5×92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말과 글은 어떻게 배우고 익히는가. 이에 대한 규칙이 어법과 문법이다. 인간의 언어 습득 능력은 경이롭기만 하다. 옹알이만 하던 갓난 아이가 어느 순간에 말을 알아듣고 한 두 마디 따라 하다가 급기야는 말문이 트여 제 요구 주장을 내세우고 궁금한 것을 말로 쏟아내기 시작한다. 놀랍지 않은가. 세상의 모든 사물을 특정한 소리들과 정확히 연결시켜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소리들의 결합태를 기억하고 구사하여 특정한 상황에서의 초보적인 의사소통을 이루어내고, 마침내는 시행착오 끝에 그 소리들 사이의 규칙성과 활용법을 파악하여 점차 복잡한 의사소통까지도 가능하도록 만든다. 글은 말이 가지는 대면적 상황의 제한을 벗어난 시공간적인 확장태이다. 문법은 이 말과 글의 규칙성을 체계화한 것이다.

  우리는 문법을 배우고 나서 말을 배우지 않는다. 아무 어려움 없이 일상 언어생활을 잘해 왔건만, 어느 날 갑자기 두툼한 문법책을 배우려니 골치가 아프다. 실제로 문법책이 그렇게 커다란지 아니면 강조하기 위해서 크게 그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제대로 건사하기에도 힘에 겨운 큼지막한 책을 부여잡고 문법 공부를 하는 어린 소녀의 곤경을 이해할 만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오늘을 잘 견디어 내서 나중에 어렵게 글을 익힌 것이 자신의 인생을 헤쳐 나가는 데 큰 힘이 되었기를 바란다.


  폴 세뤼지에(Paul Serusier: 1863(?) ~ 1927)는 프랑스 화가로 아카데미 쥘리앙에서 수학하였으며, 고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고갱의 가르침에 따라 단순한 형태와 색채를 선호하였다. 너무 많은 색채는 전체 그림을 망치는 요소라고 생각했으며, 서너 개의 엄선된 색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이 그림에서도 몇 가지 색밖에 쓰지 않아, 담백한 인상을 준다. 파리에서 나비파(Nabis 派)'를 결성하여 그 주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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