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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27. 2016

출세작

08- 앙리 마티스

앙리 마티스, <책읽는  여인>, 1894

   방 한구석에 장식장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작은 사진틀에  화병과  성모상을 비롯한 온갖 자잘한 장식품들이 장식보 위에  놓여 있다. 장식장의 문은  빼꼼히 열려 있어  안에 들어 있는  서류책들이 살짝 내보인다. 아래로는 액자가 뒤집혀  기대어져 있다.  양쪽 벽에는 그림 액자가 걸려 있다. 그  벽 모서리를 마주하고 한 여인이 등을 돌린 채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고개숙인  여인의 흰 목덜미가  검은 머리와 어두운  옷  색깔과 대비되어  한층  더  빛을 발한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정숙한 실내  정경이다.  

   이  <책읽는 여인> 그림은  1894년 앙리  마티스가  스물다섯  살  때 그린 첫 성공작이다. 당시 프랑스 화단이 네덜란드  화파로부터 차용한 중산계급적 자연주의에 기원을 둔 작풍으로 소박한  매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은 1895년 전람회에  전시되었을 때, 국가에서  구입해  샤토  랑부예에 있는 대통령궁의 장식을 위해 보내졌다. 지금은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많은 화가들이 책읽는 인물  그림을 그렸지만 출세작을 그것으로 하는 이는 드물다. 마티스는  이후로도 자신의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 가면서 여러  작품의 책읽는 여인  그림을 그렸는데 이를 통해서도 그 화풍의 진전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맨처음의 변화는 색상의 변화이다.  앞서의 답답하고 막힌  듯한 황갈색의 색조가 화사한 색깔로 탈바꿈하게 된다. 1905‐1906년작 <책읽는 소녀>가  바로  이를 보여준다.  야수파로 가는 경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앙리 마티스, <책읽는  소녀>, 1905-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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