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슬로안
손으로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도 있고, 고양이들이 눈을 밟으며 소요하고, 이를 한 여자 아이가 창문으로 내다보고 있다. 평온한 풍경도 아이들 눈으로는 신기한 일이고 재미있는 사건이다. 여자아이는 무엇이 재미있는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아이들에게는 동물들이 움직이는 것조차도 흥미로운 일이다. 담장 위에서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하고 눈이라도 마주쳤는지 입이랑 눈이 모두 웃고 있다. 고양이에게 무어라 말이라도 건넸음직하다. 겨울철이라 제법 날도 찰 텐테도 덧창까지 활짝 열고서 바깥 정경에 참견하고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무 것도 아닌 것들도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이야기거리이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의미가 없어질 때 우리는 동심을 떠나 어른이 된다.
존 슬로안은 의미없이 지나치고 있는 소소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잡아내어 화폭에 담음으로써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는 기성 예술계에서는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는 것들, 이를테면 공동주택이나 다양한 모습의 이웃들, 북적거리는 군중 들을 즐겨 그렸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창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일상 생활의 단면들을 지켜보는 습관이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전혀 관찰하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그림 역시 자신의 집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을 연필로 스케치하여 작품화한 것이다. 휘트니미술관 소장으로 몇 해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미국 미술 300년전>의 전시 그림중 하나로 들어와 국내에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예술은 끊임없는 도전으로부터 미적 성취를 이룬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어릴 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소박한 풍경인데도, 당시의 아카데미 규범에서 일상의 미학을 강조하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디 예술가에게만 도전이 필요하겠는가. 창가에 서있는 저 아이에게 창문 밖은 한창 호기심과 모험 가득한 세계일 것이다. 아이야, 그 웃음을 간직하고 네가 흥미를 갖는 것, 하고 싶은 것 들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