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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Apr 05. 2016

박차고 뛰어오를 그 날을 위해

12 - 에드가 드가

에드가 드가, 창 앞의 댄서, 1874-77. 65×50cm

    발레리나는 삶의 무게를 곧추선 발가락 끝으로 감당한다. 발레 교습실에서 동작을 연습하고 있는 그녀의 꿈은 이 바닥에서 기필코 성공하여 지긋지긋한 역경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외양 이면에 감추어진 힘든 삶의 그늘이 그녀의 얼굴에 길게 드리워져 있다. 그렇지만 그녀의 청운의 꿈이 투사된 너른 유리창의 커튼 빛깔은 짙푸르기만하다.  

  세계 무대에서 성공한 어느 발레리나의 발 사진이 TV방송을 타면서 한동안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발가락 하나하나에 굳은 살이 박히고 발톱은 깨어져 있는 그 무참한 발 사진을 보고 누가 화려한 프리마돈나의 발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지나온 그녀의 삶을 단번에 말해 주는 그 사진 하나에서 많은 것을 읽는다. 토슈즈에 싸여 있어 어느 누구도 볼 수 없었던 그 발의 상흔은 오늘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연습 속에서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림의 장면은 양 손을 위로 우아하게 올리고 이제 막 한 발에 이어 양 발끝으로 서기 직전의 순간 동작을 잡았다. 그렇게 인내의 시간을 지나 열정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중력을 거슬러서 박차고 뛰어오르는 순간도 올 것이다. 하루의 연습을 다 마치고 마무리할 때면, 그녀는 유리창 너머로 매번 그 순간을 떠올리며 다짐하지 않았을까.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그가 그린 그림의 절반 이상이 무희들을 그린 것이어서 무희들의 화가라 할만하다. 스냅샷을 찍는 것같이 움직이는 것의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그리는 독자적인 수법을 썼다. 특히 보는 각도를 바꾸어 가면서 정확한 데생과 풍부한 색감을 표현하였다. 화면 구성에서도 인물의 얼굴이나 대상들이 잘려 나가는 구도로 그려 독특한 차별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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