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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Apr 01. 2016

네 앞에 펼쳐질 세상

11-메리 카셋

메리 카셋, 창가에서, 1889. 파스텔

  아이 앞에 펼쳐질 세상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에게 보여주는 창밖 풍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창의 커튼만을 보여 줌으로써 창가에 모자가 서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호기심 많은 아이의 눈매가 엄마를 따라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어려서의 기억을 어디에서부터 간직하게 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구스타프 르봉이 말년에 구술하여 쓴 자서전을 보면, 그의 경우에는 유별나게도 유모차에서 내리쪼이던 햇살에 대한 기억을 여든이 넘어서도 생생하게 회상하고 있다. 치매환자들을 보면서, 인간 존재나 삶은 기억의 총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은 최초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랬다가 기억을 인출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의학적으로는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삶 자체는 종말을 맞는다.

  부드러운 파스텔화의 질감이 아이의 보들보들한 젖살의 감촉이며, 엄마 입가에 살짝 걸려 있는 자애로운 미소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아이는 이 날 창 너머로 엄마가 보여주고 싶었던 아름다운 생의 전망을 실제 이루어내며 살았을까. 그리고 엄마와 함께 했던 이 순간의 생의 한 컷을 나중에 기억해 냈을까. 가족은 같은 핏줄이라서가 아니라 이같은 생의 기억을 같이 공유하기 때문에 가족이다.


메리 카셋(Mary Cassatt: 1844~1926) 미국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시 태생의 여류 화가. 인상주의 운동에 직접 참여하여 활동한 유일한 미국인이다. 파스텔화는 특별히 드가로부터 지도를 받기도 하였다. 여인들과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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