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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Apr 09. 2016

꿈 위에 꾸는 꿈

15 -장 뒤부페

장 뒤부페, 파리의 아파트 집, 1946.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장 뒤부페도 그러하였다. 23살 때인 1924년 그는  정신병 환자들이 그린 그림에 대한 책인 한츠 프린츠호른(Hanz Prinzhorn)의『정신병자들의 그림』을 보고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가졌던 예술가의 창작 활동과 예술의 가치에 대한 회의로 작품의 대부분을 폐기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가업인 와인사업을 경영하기도 하는 등 잠시 옆길로 샜다가, 20여년 만에 겨우 다시 화업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는 이미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그는 아마추어 화가들의 작품이나 어린아이, 정신병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거친 표현력과 단순함, 순수성에 매료되었다. 그는 이러한 미술작품들을 거칠고 조야한 미술이라는 의미로 ‘아르 브뤼(Art Brut)’라고 부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파리의 아파트 집>을 한번 보라. 마치 초등학생이 학교 사생대회에서 그린 그림이라고 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천진난만한 필치이지 않은가. 길가나 아파트 창가에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은 그 표현력이나 단순함이 모두가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고 그린 듯하다.

  도입 초기에 아파트는 층층이 성냥갑을 쌓아놓은 형상으로 비유되어 조롱받거나 배척되어 왔다. 하지만 인구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집단 주거시설이다. 그리고 꿈 위에 꿈이 쌓여 있는 집합주택이다. 꿈은 다른 꿈들과 이어진다. 장 뒤부페는 화폭에 담긴 어린아이나 정신병자의 순수한 꿈으로부터 새롭게 반교양적이고 반지성적인 예술 개념을 꿈꾸고 이를 실현시켰다.


장 뒤부페(Jean Dubuffet, 1901~1985): 프랑스 화가로 그의 그림과 드로잉은 유치하고 미완성된 듯이 보여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거친 낙서같은 그림들은 고상하고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형화된 기하학적 추상에 반발한 부정형의 추상회화인 앵포르말 미술의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 “나의 의도는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추한 것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근사한 것인지 보여 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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