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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Apr 10. 2016

일상의 꿈

16 - 에곤 실레

에곤 실레, 창, 1914

  집은 일상의 공간이다. 집을 떠올리면 가족이나 행복, 포근함, 휴식 들이 연상된다. 이 다양한 연상의 배경은 바로 우리네 일상이다. 하루하루의 고단한 삶으로부터 돌아와 지친 육신을 누일 수 있는 안락한 공간으로서의 집. 길다면 길다고도 할 수 있는 굴곡 많은 인생의 여정에서 그래도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 하면 바로 떠올려지는 그때 그 시절의 단란했던 공간으로서의 집. 그래서 집은 우리네 인생 그 자체이다.

  모두들 으리으리한 저택들을 꿈꾸지만 실제 거기에서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화려한 저택에 사는 이들이 꼭 행복한 것만도 아니다. 우리들은 다만 자신에게 주어지는 인생을 담담히 살아나갈 뿐이다. 때로 남루할 수도 있고, 쇠락하여 빛도 바래고 여기저기 금이 갈 수도 있다. 이 그림은 사람 하나 보이지 않지만,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날 것 그대로의 삶이 숨어있다. 화면을 크게 가로지르는 두 개의 너와 지붕에는 그렇고 그런 서로 다른 인생 사연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집이 우리네 인생이라면, 창은 우리가 인생을 살며 꾸는 꿈이다. 그 꿈의 창들이 비록 허름하고 삐뚤빼뚤하고 심지어 깨어져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열려 있다. 그런데 이 집에는 출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높다란 벽만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다행히 그림 왼쪽 아래로 조각난 길이 한뼘 정도 보이고, 그 대각선으로 오른쪽 윗 부분에 하늘도 한 조각 보인다. 그러나 예의 푸른 창공이 아니라 집 벽면 색조과 비슷하게 흐린 회색톤이다. 그래도 하늘로 나있는 창이 열려 있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1918) 표현주의적 선을 통해 공포와 불안의 인간 내면이나 성적 욕망의 세계를 독특한 화법으로 그려낸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화가. 자화상을 비롯한 특징적 초상화로 주목받았지만, 풍경화에서도 그만의 개성있는 필체와 시선이 느껴진다. 본인 스스로 자신이 시대를 앞선 뛰어난 예술가임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많은 천재들이 그렇듯 28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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