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 메리 베스 매켄지
뉴욕의 창이 다 이렇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뉴욕의 창임에는 분명하다. 공장을 개조한 주택의 침대 뒤로 전면 창이 큼직하게 자리하고 맨위의 창문 열은 살짝 열려 있다. 창의 전경으로는 도시 건물의 정경이 구름 속에서 희뿌옇게 떠올라 있다. 한쪽으로 보이는 물탱크 모양이 전형적인 뉴욕 건물 옥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푸른 색 침대위에는 두 남녀가 누워 있는데 벌거벗은 채로 남자는 깨어 있고 여자만 남자의 어깨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 격정적인 순간이 지나간 다음의 모습이다. 창문을 투과한 햇살이 환히 내리쪼이고 있어 메마른 바깥 풍경의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실내 정경은 포근하기만 하다. 이렇게 따뜻한 블루의 정경을 본 적이 있던가. 두 남녀의 꿈이 동상이몽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선망하는 순간일 듯싶다.
메리 베스 매켄지는 주로 인물화를 많이 그린다. 그녀는 형상을 좋아하는데, 인간의 형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인물을 배치시키면서 종종 인물들을 창 앞에 내세운다. 마치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리면서 후경으로 풍경을 그려 넣듯, 창의 배경적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다른 1인 누드화에서도 뒷배경으로 창문이 등장하는데, 그 경우에는 인물의 단절감이나 고립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준다. 여기에서는 다행히 두 인물이 등장함으로써 오히려 관계성에 주목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클리브랜드 태생의 화가는 자신이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그림으로 클리브랜드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반고흐의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들>을 꼽았다. 고흐 그림이 보여주는 단순함과 강렬한 터치감에 매혹되었던 것이다. 그림에 대한 그녀의 첫사랑만큼이나 자신의 이 그림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단순성과 강렬한 색감을 보여 주고 있다.
메리 베스 매켄지(Mary Beth Mckenzie: 1946~ ) 미국 클리브랜드 태생의 화가로 사실주의에 기초한 인물화를 많이 그리고 있다. 보스톤미술관학교, 클리브랜드 쿠퍼미술학교, 뉴욕 예술학생연맹과 국립디자인아카데미 등에서 수학하였다. 그녀의 작품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나 스미소니언 미국미술박물관, 국립여성미술관, 브루클린미술관 등의 20세기 회화 및 드로잉 콜렉션에 포함되어 있다. 현재 뉴욕 예술학생연맹, 국립미술학교아카데미 등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