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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Apr 11. 2016

그때로부터 얼마나 지나쳐 왔을까

17 -차일드 하삼


차일드 하삼, 브로드스테어즈  블릭하우스

  소시적에 새 책을 사게 되면 서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내용이 궁금하여 걸어가면서도 자꾸 펼쳐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걸음걸이가 느려지기도 하고, 반대로 어서 빨리 집에 가 얼른 자리 잡고 보아야지 싶은 생각에 다시 걸음을 재촉하기도 하였다.

  그림에서도 중앙의 흰 모자에 흰 옷을 입은 여인이 길거리에서 책을 읽으며 지나가고 있다. 처음 이 그림을 보면서 무슨 책이길래 저렇게까지 사람을 끌어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의 제목이 “브로드스테어즈 블릭하우스” (Bleak House, Broadstairs)이다. 미국의 화가인 차일드 하삼(Childe Hassam)이 유럽에서 지낼 때 영국을 방문하여 런던 근교의 조그마한 어촌 도시인 브로드스테어즈에 있는 블릭하우스를 그린 것이다. 다리 건너 집들 너머로 언덕 위에 홀로 우뚝 서있는 건물이 바로 그 집이다.

  블릭하우스는 한편으로 영국의 유명한 작가인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동명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번역하자면 “황폐한 집”이라는 뜻이다. 찰스 디킨스는 1837년부터 20여년 넘게 정기적으로 브로드스테어즈를 찾았다. 이 어촌은 런던 근교의 바닷가 휴양지로서 나름 인기가 있었다. 그림에서도 바다로 이어지는 강 하구 위에 놓인 다리 위로 꽤 많은 인파들이 몰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찰스 디킨스는 여기에서 블릭하우스에 묵으면서 자신의 다른 저작인 “데이비드 카퍼필드”(David Copperfield)를 쓰기도 했다.

  “황폐한 집”은 최근에 국내에서도 분량이 많아서인지 완역은 아니지만 축약 형태로 번역 출간되기도 하였다. 영국에서는 당시 출간 방식의 하나로 소설이 한번에 완간되지 않고 마치 잡지에 연재되듯이 월별로 분할 발간하여 나중에 한꺼번에 완간하는 형식으로 간행되었다. 그림 속의 여인이 읽고 있는 책이 “블릭하우스”라면 아마도 월간으로 분재되던 책 중의 하나였지 싶다. 지난 달에 이어 이번 소설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해서 걸어가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차일드 하삼은 미국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로 1889년에 영국의 브로드스테어즈를 방문하여 체류하면서 이 그림을 포함하여 수채화 여러 점을 그렸다. 브로드스테어즈(1889), 브로드스테어즈 오두막(1889) 등이 그때 그린 것들이다. 블릭하우스는 현재 호텔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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