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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Apr 15. 2016

독수공방

19 -제이미 와이어스

제이미 와이어스, 몬헤건에서 책 읽는 남자, 1974

  하얀 지붕의 삼각형이 정중앙에서 조금 오른쪽으로 비켜서 있긴 하지만 화면 전체를 지배한 채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얼핏 보면 눈이라도 내려 있는 듯이 보인다. 이 집은 앞의 바윗돌 축대 아래에 위치해 있고, 왼쪽으로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가 한자락 보이는 것으로 보아 해변가의 별장 정도 되어 보인다. 지붕 위로 직사각형의 굴뚝이 높게 솟아 있어 바다의 수평선과 바윗돌의 축선과 직각으로 구도를 이루고 있다. 책 읽는 남자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마냥 이 집의 오른쪽 창가의 어두운 그림자로 조그맣게 그려져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심지어 책을 보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림자의 고개가 살짝 앞으로 숙여져 있고 팔을 앞으로 뻗고 있는 모양새가 책을 읽고 있구나 하고 짐작케 할 뿐이다.

  너른 집에 혼자서 책을 읽고 있으니 독수공방(獨守空房)이 따로 없다. 예로부터 문인이나 예술가들은 자신의 서재나 아틀리에에 이름을 붙이고 그 작업실 공간에 대한 사랑과 함께 자신만의 개성이나 인생에서 추구하는 차별적 가치들을 표현하고는 했다. 산이 많아 산 밑에 지은 집들도 많은지 무슨무슨 산방(山房)이라는 이름이 많다. 최근에 그 전기를 읽은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의 집이자 작업실의 이름은 노시산방(老柿山房)이었는데, 그 집에 80여년이 넘은 오래된 늙은 감나무가 있어 그렇게 명명하였다. 요즘에는 바닷가에 작업실을 마련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제주도에 작업실을 마련하였다는 작가나 화가들의 근황 기사가 종종 눈에 띈다.


  제이미 와이어스(Jamie Wyeth)는 미국 펜실바니아 채즈포드 바로 남쪽인 델라웨어 윌밍톤에서 1946년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앤드류 와이어스 역시 유명한 화가였고, 할아버지 뉴웰 와이어스도 화가인 3대째 화가이다. 그런 연유로 어려서부터 예술가로서 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다. 6년 동안의 공립학교 수학 이후에는 집에서 일종의 홈스쿨로 교육을 받으며 12살 때부터 고모인 캐롤린 와이어스에게 드로우잉과 구도 등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았다. 10대 후반에는 아버지와 같이 회화 작업을 하며 지도를 받았다. 1960년대에 미국 메인 주에 있는 몬헤건 섬의 랍스터 코브에 집을 샀는데, 아마도 이 그림의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원래 집은 펜실바니아의 채즈포드에 있었다. 나중에 1990년대에는 메인 주의 서던아일랜드에 있는 테넌트하버 등대를 아버지로부터 넘겨 받았다. 그의 많은 그림들은 주로 테넌트하버에서 그려졌으며, 나머지는 채즈포드에서 그린 것들이다. 펜실베니아 채즈포드에 이들 와이어스가(家)의 미술관이랄 수 있는 브랜디와인 리버 미술관(Brandywine River Museum)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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