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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y 04. 2016

야상곡

45 - 제임스 맥닐 휘슬러

제임스 맥닐 휘슬러, 회색과 금색의 야상곡: 첼시의 눈, 1876, 캔버스에 유채, 47 x 62.2 cm, 하버드대 포그미술관

 야상곡(nocturne)하면 주로 밤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악곡 장르로 밤에 듣기에 편안한 서정적이고 착 가라앉은 분위기의 부드러운 음악을 지칭한다. 휘슬러는 이 음악적 표현양식 개념을 회화에 끌어들였다. 그의 야상곡은 빛의 베일이나 여명, 또는 아예 빛이 없는 가운데 나타나는 어떤 주제나 밤을 환기시키는 장면을 묘사한다. 그는 이같은 양식의 야상곡 연작을 여러 점 남겼다. 이로써 야상곡 회화는 넓은 의미에서 밤의 정경을 다룬 그림들을 통칭하게 된다.


겨울밤 눈길을 걷는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뽀드득거리는 소리만 홀로  따라올 뿐 사위는 고요하다. <회색과 금색의 야상곡>은 눈 내리는 첼시의 밤 풍경을 그리고 있다. 회색과 금색, 두 색의 변주가 풀어내는 밤의 생각은 이렇다. 회색은 어둠과 눈을, 금색은 창의 불빛을 상징한다. 어둠은 현실의 혼미함이고, 눈은 나아갈 길을 자취도 없이 덮는다.  길없는 길을 갈 때 우리를 이끄는 것은 불빛이다. 검은 형체의 자그마한 사람 하나 그 불빛을 향해 길을 걷는다.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휘슬러는 야상곡 이외에도 교향곡이나 화성과 같이 음악 양식이나 용어를 표제로 사용하는 작명 방식을 즐겨하곤 하였다. 이는 그림 주제 대신에 색의 균형된 조합이나 배열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점에서 그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의 색조주의 운동과 연결된다. 이 운동은 스며드는 빛, 눈부시지 않는 색조, 대상의 흐릿한 윤곽 등을 특징으로 한다.


진정한 예술가란 이미 나있는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없는 길을 만들어 홀로 걸어가는 자이다. 휘슬러 역시 그 길을 모색했고 마침내는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하지만  이 야상곡 연작은 1886년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을 때 야유를 받았을 만큼 당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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