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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Apr 25. 2016

우아하게, 화사하게

23-프레데릭 프리스케

프레데릭 프리스케, 베니션 블라인드, 1912

    창가의 여인이 발처럼  보이는 블라인드를 들어올려 밖을 내다 보고 있다.  창 앞에는 커다란 청화백자 물병이 놓여있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는 걸로 보아 잠자리에서 일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순간이다. 무얼 보려고 그러는 걸까. 바깥 날씨가 궁금해서?  아니면 방금 나간 이의 뒷모습이라도 한번 더 보려고? 답은 각자의 상상에 맡길 일이다.

    블라인드는 창을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차단해 주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안에서는 블라인드의 각도에 따라 밖을 내다 볼 수 있다. 시선 뿐  아니라 햇빛도 마찬가지로 차단과 유입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다. 블라인드는 이처럼 열림과 닫힘의  중간 미학을 보여 주는 창의 부속 시설물이다.

    그림의 제목인 베니션 블라인드는 1700년대 중후반에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다양한 나무로 만들어졌다. 얇은 널빤지를 띠나 천으로 묶어서 만들었고 널빤지의 각도는 오늘날에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장치를 사용하여 조절되었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여 무겁고 거추장스럽고 유행에 뒤처진 커튼의 대용으로 사용되었다.


    프리데릭 칼 프리스케(Frederick Carl Frieseke : 1874~1939)는 미국 인상주의 화가로서 프랑스로 건너가 그곳에서 국외자로 살며 활동하였다. 실내나 실외를 배경으로 주로 꽃이나 정원,  여성 들을 그렸으며 햇빛의 다양한 효과에 천착하였다. 부드러운 터치의 화사한 색감이 그림을 고혹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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