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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Apr 20. 2016

자라는 데 필요한 것

21 - 안나 앙케

안나 앙케, <푸른 방의 햇빛>, 1891, 캔버스에 유채, 65.2 x 58.8 cm, 스카겐, 스카겐 미술관

    식물이 자랄 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햇볕이다. 창가에 화분이 놓여 있고 햇볕을 받은 화분 그림자가 푸른 방안의 벽 한가운데에 길게 올라와 있다. 방안에는 한 여자 아이가 뜨개질을 하고 있다. 양탄자가 깔린 방 바닥 가운데에 놓인 실뭉치에서 실 한 줄이 나와 까딱까딱 하는 손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다. 햇살을 받은 아이의 금발 머리가 환하다. 북구에서 햇볕은 식물은 물론이거니와 사람에게도 귀한 것이다. 맞은 편 벽 위로는 그림 속의 성모가 자애롭게 아이를 내려다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다.

   당연하다. 어머니가 딸을 그린 것이니까. 화가는 안나 앙케이고, 아이는 화가의 딸인 헬가이다. 그녀는 커 나가면서 종종 어머니의 그림 속에 등장한다. 숙녀가 되어서도 여기에서처럼 뜨개질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이 자라는 데 필요한 햇볕은 사랑일 것이다. 그림으로만 보아도 그녀는 어머니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잘 자란 것 같다. 벽에 비친 화분의 길다란 그림자가 늘씬하게 커나갈 아이의 앞날을 상징하는 듯하다.


  안나 앙케(Anna Ancher: 1859~1935)는 덴마크 스카겐 태생으로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다. 스카겐은 작은 어촌 마을로 1870년대 후반부터 덴마크 화가들이 여름이면 한데 모여 작품활동을 하던 일종의 화가공동체 지역이었다. 이러한 지역 환경은 그녀의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일조하였다. 코펜하겐의 빌헬름 킨 미술대학에서 수학하였으며, 파리로 건너가 피에르 퓌비 드 샤반느 화실에서도 그림공부를 하였다. 마카엘 앙케와 결혼하였는데, 이들 부부의 예술에 대한 전국민적인 사랑이 널리 퍼져, 덴마크 1000크로네 지폐 앞면에 이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을 정도이다. 일상의 모습을 중심으로 여성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연적인 빛과 색의 교합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데 탁월한 기량을 보여 주었다. 그녀가 살던 스카겐의 집을 딸인 헬가가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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