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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Apr 20. 2016

증명사진처럼

23 - 스윈덴


알버트 스윈덴, 여인과 소녀, 1955, 111.7 x 106.8 cm

  마치 하나의 증명사진을 보는 듯하다. 예전 사진이 없었을 때 그렸던 초상화를 대면하고 있는 것 같다. 두 모녀임이 틀림없을 여인과 소녀가 책상을 비켜 앉아 정면을 응시한 채 카메라를 쳐다보듯 긴장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파란 원색의 통일감 속에서도 소녀의 노란색 리본과 두 손으로 들고 있는 붉은 색 책이 강조되어 눈에 띤다. 엄마도 소녀를 안 듯이 의자에 팔을 휘감아 걸치고 있는 손에 책을 들고 있다. 어지간히 책을 좋아하는 모녀인가 보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이 이 증명사진같은 그림을 남겼다.


  알버트 스윈덴(Albert Swinden)은 미국 추상화의 아버지이다. 영국 버밍햄에서 1901년 태어나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뉴욕 디자인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으며, 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도 공부하였고 나중에는 그곳에서 가르치기도 하였다. 평생 그림을 그렸지만 생계를 위해 공예, 직물디자인, 벽화 분야에서도 활동하였다. 미국추상화가협회를 조직화하였으며, 자신의 집에서 그 모임을 줄곧 가졌다. 그의 예술세계는 크게 입체주의와 기하학적 추상화로 모아진다. 1941년에 집에 불이 나서 그때까지 그린 그림의 상당 부분이 소실되는 불운을 겪기도 하였다. 1961년 뉴욕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50대에 이르러서야 화폭에 구상화를 담기 시작했다. 이 그림도 50대 중반에 그린 것이다. 그의 신조형주의(Neoplasticism) 화풍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이 사조는 실제 대상을 재현하기보다는 생의 절대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색도 빨강, 노랑, 파랑색의 원색을 사용하며, 선도 수직과 수평 선을 주로 사용한다. 모델은 그의 가족이 아닐까 추측된다. 결혼은 하였다고 하는데, 언제 누구와 하였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데, 기록에 따르면 1988년에 알리스 스윈덴 카터가 기부하였다고 한다. 왠지 그림속 인물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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