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펄스타인
지하로 허드슨강 밑을 지나 뉴욕 맨하튼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차량용 하저터널이 링컨터널이다. 길이는 2.4km에 통행요금은 8불이다. 맨하튼에 들어올 때만 내고 나갈 때는 내지 않는다. 서울의 남산터널 통행요금이 진출입시 모두 내는 것과는 다소 다르다.
필립 펄스타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사실주의 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현실을 똑같이 재현함으로써 진부한 세계, 남루한 일상, 파편화되고 소외된 인간군상 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특히 자신들의 모델을 대상으로 사실주의적 묘사에 집중하였다. 그의 <한낮의 링컨터널 입구>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본 뉴욕 도심의 풍광을 그리고 있다.
화가들은 이처럼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보이는 전망을 그림으로 남기는 경우가 많다. 전망은 위치에 의해 결정된다. 도심인지 교외인지 또는 바닷가인지 산속인지 현재 위치해 있는 곳에 따라 전망은 달라질 것이다. 전망의 방식과 형태도 점하는 공간 높이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국내 스카이트래블 채널의 "스카이 익스플로러"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영한 "하늘에서 본 미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원제는 스미소니언 채널에서 방영한 "Aerial America"이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마치 새의 눈으로 내려다 보듯이 미국 각 주의 명소를 보여준다. 여행다큐이지만 단순한 관광 안내가 아니고 소도시의 향토사나 주요 인물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거리까지도 압축해서 전해 주기 때문에 나름 흥미진진하다. 동일한 명소임에도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본 것과 하늘에서 보는 것은 매우 다른 형태와 느낌으로 다가온다.
화면 중앙의 말 조각상은 창틀과 병치되어 감상자의 시선을 바깥 전망으로부터 창의 실내로 끌어들인다. 전망을 마주하는 현실의 현재 위치를 상기시키는 강력한 장치이다. 말 조각의 하중을 받치고 있는 가늘고 긴 조각대 위의 동그라미는 마치 현실로부터 전망 속으로 뛰어드는 상징적 통로처럼 보인다.
그대는 지금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보려 하는가. 혹시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직 지상의 전망만을 가지고 있는가. 새의 고도를 확보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가. 그 전망이 어떠할지, 또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온전히 그대의 몫이다. 원하는 전망을 얻기 위해서는 나름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남의 전망을 탐할 것까지는 없다. 모든 전망에는 각기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다. 어느 자리 어떤 높이의 전망이건 이를 찾아내 즐길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곧 안분자족이다, 지금은 그 비의를 찾아 전망 속으로 뛰어들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