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생활에 대한 회의감

나의 퇴사일기, D-125

by 플라잉래빗

INTRO


나는 2023년 2월 1일에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회사를 다닌 지 딱 만 11년이 되는 날이다.

퇴사하는 날짜를 내 마음대로 딱 맞출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 날을 나의 퇴사일로 잡은 건 '10년 정도만 다니고 회사를 퇴사해야지'라는 막연했던 내 목표를 이루기에 딱 적당한 날이기도 했거니와, 11년간 나를 야금야금 갉아먹었던 회사에서 마지막 설 명절 상여금이라도 뽑아먹어야겠다는 내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기에도 좋은 날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는 항상 조직생활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친구들과 같이 사는 삶에 익숙해져 있었고, 졸업을 하고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에 근 30년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산 셈이다. 그런 내가 조직을 벗어나는 꿈을 꾸다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 입사해서 나는 다른 신입들과 마찬가지로 회사일에 매우 열정적이었다.

MBTI 파워 I 성향을 가진 나로서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과 친해져야 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많은 회식자리도 따라다녔고, 술병이 생기는 날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회사와 조직생활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1년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는 점점 퇴사를 하고 다른 곳으로, 더 좋은 조직으로 옮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1년 반 만에 나는 나름 소중했던 첫 직장을 뒤로하고, 더 큰 회사로 옮겨가게 되었다.


하지만, 수직적 계층이 존재하는 모든 조직이 그런 것처럼, 큰 회사로 가도 전 직장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일 안 하는 다수의 사람들과 조직을 굴러가게 하는 소수의 일 하는 사람들.

나는 조직에서 꽤나 인정받는 사람이었지만, 조직에 있는 동안 나는 일 안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능력 있게 일하는 사람도 아닌 것 같은, 그 어중간한 기분이 내 몸에 늘 배어있었다.


조직생활을 하면 할수록 다수의 일 안 하는 사람과 내가 비슷한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도 조직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들게 만드는 큰 원인 중 하나였다. '나는 이렇게 일하는데, 저 사람은 왜...? 일 안 하는 사람은 일을 더 안 시키고, 일 하는 사람을 일을 더 시키는 게 공평한 일인가...?' 이런 생각은 늘 내 머릿속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고, 거기에 능력 없는 사람들이 더 승진을 잘한다는 사실이 더해져 조직으로 이루어진 체계 자체에 대한 불신(?)마저 생겨버렸다. 그러면서 날이 갈수록 내 몸과 마음도 점점 지치고 병들어간다는 생각이 강하게 나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좀 더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한 번뿐인 내 인생을 오롯이 살기 위해 퇴사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D-125,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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