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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로빈 Dec 08. 2016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쉬엄쉬엄 두고 봐야 할 박물관


뉴욕에는 볼거리가 많아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선택의 폭이 참 넓었다. 그래서 반드시 가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들로 추려내는 힘든 과정이 필요했다. 미술관도 참 다양해서 고민 끝에 딱 두 군데에만 가기로 결정했는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모마 미술관이었다. 이 글은 그중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다녀온 후기다.




미술관의 1층 전경

한산해야 마음껏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침 일찍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갔는데도 이미 사람이 많았다. 평일임에도 이 정도라는 것이 놀라웠다.



미술관에서도 성큼 느껴지는 봄향기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소장품들을 분류해서 전시하고 있다. 그 양이 워낙 많아 모든 전시를 보려면 하루로 부족하기 때문에 미리 내부 지도를 보면서 딱 보고 싶은 곳만 정했다. 혹시 그것도 다 보지 못할까봐 그중에서도 더 보고 싶은 순서대로 맞추어서 보았다. 19세기~20세기 초 미술, 이집트관, 현대미술을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층에서 찍은 전경



19세기 미술을 보러 가는 길에 로댕을 비롯한 작가들의 조각이 줄지어있었다. 여기서 어딜 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복도를 지나면 그 길들이 모두 작품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 참 신기했다. 이동하는 중간에도 이렇게 관람할 것들이 많으니 자연히 시간이 많이 필요한 미술관이다.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작품 사진을 찍어도 괜찮다고 해서 정말 좋았다. 그 유명한 작품들을 사진으로 직접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참 많이도 찍었지만 화질이 크게 좋지 않아 아쉽다. 사진들을 화가별로 아래에 나열했다.



1.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평소 좋아했던 고흐의 작품들이 줄을 지어 있는 것을 보고 감동을 느꼈다.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강렬한 붓터치를 세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



<장미가 든 화병(Roses), 1890>

고흐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물결치는 듯한 꽃들이 화병에 담겨있다. 흰색이라고 하면 순수함, 깨끗함이 먼저 떠오르지만 여기에서는 붓질 때문인지 보는 순간 강렬함이 느껴져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신기한 색이 많은데 저 배경색도 그렇다. 사실 배경만 따로 떨어뜨려 놓고 보면 어딘가에 맞추기 힘든 색이지만 꽃과 화병을 함께 두고 보니 절묘하게 어울린다. 각각 보면 조금 부담스러운 색도 한 화면에 잘 조화시키는 것이 고흐의 매력인 것 같다.



<해바라기(Sunflowers), 1887>

이번에 고흐의 그림을 가까이에서 보며 느낀 건데 참 위험한 작품들이다. 가만히 보다 보면 그 질감 때문에 만지고 싶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특히 강하게 느꼈지만  당연히 손대지는 않았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Wheat Field with Cypresses), 1889>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붓질

실제로 보고 싶었던 그림 중 하나다. 밀밭 너머에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고 그 위로 고동치는 하늘이 펼쳐져 있다. 고흐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관을 짜는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죽음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우울한 생애 때문인지 그의 그림은 주로 어두운 내면과 연결되어 해석된다. 그러한 점들을 제쳐두고서 그림만 보자면 정말 아름답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때 나타나는 물결모양이 고흐의 취향에 잘 맞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가 밀밭을 자주 그린 것도 비슷한 이유이지 않을까. 소박함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던 고흐에게 그 소재들은 분명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신발(Shoes), 1888>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에서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노동자들의 생활과 모습, 그 자체를 묘사하고 싶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쓴 것을 보았다. 신발만큼 그것을 잘 표현해주는 소재는 없을 것이다. 오랜 기간 훈련한 축구 선수나 발레리나의 발 사진에서 많은 감동을 얻듯 이 그림에서도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저 신발이 누구의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말이다.



<아이리스(Irises), 1890>

고흐의 그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이다. 그 덕분에 이 꽃을 좋아하게 되어서 어쩌다 길에서 발견하면 참 반갑다.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Self-Portrait with a Straw Hat), 1887>

고흐는 인물화를 그리며 모델을 구할 형편이 마땅치 않아 자화상을 많이 그렸는데 이 작품이 그중 하나다. 얼굴에 세심한 붓질이 엿보인다.




2.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수련(Water Lilies), 1919>
<수련 연못(Bridge over a Pond of Water Lilies), 1899>

모네의 수련 작품들을 볼 때마다 잘 조화된 색채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빛에 따라 대상이 변하는 모습을 포착하여 그렸기 때문에 정밀한 묘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야외에서 풍경을 바라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이후에 모마 미술관에서도 정말 멋진 수련 작품들을 보았다.




3. 폴 고갱 (Paul Gauguin)

<이아 오라나 마리아(Ia Orana Maria_Hail Mary), 1891>

고갱이 타히티에 가서 그린 그림 중 하나이며 제목은 '마리아를 경배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전통적인 성모자를 재해석하여 그린 작품으로 원색을 통해 밝게 표현했다. 타히티라는 좋은 곳에서 최고의 모델들을 찾고 그걸 잘 살려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정받고 있는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의 여행이 참 중요한 것 같다.




4.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댄스 I(Nasturtiums with the Painting "Dance" I), 1912>

마티스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특정 물체의 형태 안에 색이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색채 스스로가 그 물체 자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말로만 들으면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화가답게 그것이 어떤 건지 그림으로 직접 보여준다. 이 그림 외에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을 보면 음악이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율동적이다. 마찬가지로 마티스가 춤을 추는 사람을 조각한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3차원이라서 그런지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 조각이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5.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메다 프리마베시의 초상(Mäda Primavesi), 1912-1913>

예전에 한국에서 클림트 전이 열렸을 때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서 입장권을 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에 비해 클림트의 그림들이 내 취향에 맞지 않다고 여겨왔는데 이 작품을 본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이후에 모마 미술관에서도 그의 또 다른 작품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다.




6. 폴 세잔 (Paul Cézanne)

<사과 정물(Still Life with Apples and a Pot of Primroses),  ca. 1890>

세잔은 전통적인 원근법과 명암이 실제 우리가 대상을 보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이에 변화를 시도했다. 그래서인지 사과라는 친숙한 대상을 그렸어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7. 앙리 팡탱 라투르 (Henri Fantin Latour)

<여름 꽃(Summer Flowers), 1880>

서점에서 아트포스터들을 파는 것을 보고 혹시 내 방에 걸만한 것이 없을까 찾다가 눈에 띄는 그림을 발견했다. 그 덕분에 앙리 팡탱 라투르라는 화가를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 만나니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8. 에드가 드가 (Edgar Degas)

<발레수업(The Dance Class), 1874>

드가는 발레리나의 움직임을 즐겨 그렸으며 이 그림도 그중에 하나다. 그는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과는 다르게 야외보다 실내에서 그림을 그리며 빛의 변화보다는 대상 자체에 집중을 했다. 여성의 모습을 많이 그렸지만 정작 드가는 여자를 싫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싫어하는 대상을 그렇게 자주 마주 대하며 그릴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여기까지 보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19세기~20세기 초 회화를 둘러본 후 1층의 이집트관으로 갔다.

'여기가 이집트 관입니다'라고 말하듯 입구에 조각 하나가 있었다. 어릴 때 이집트라는 나라가 참 신기해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마음 한 켠에 호기심은 계속 가지고 있다. 이집트 유물을 실제로 볼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궁금하면서도 설레었다.



이집트 관이니만큼 무덤에 관련된 유물이 꽤 많았다. 무덤 모형 안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집트에 온 것처럼 실감이 났다. 이건 '가짜 문(False door)'이라고 하며 무덤의 주인이 여기로 나가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집트 유물들이 있는 곳에 그릇이 있으면 왠지 '미라랑 관련된 건가?'라고 자동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그건 아니었다. 단순히 화장품이나 연고 등을 담던 그릇이라고 한다. 꽤 튼튼해 보이면서도 돌 같지 않게 색깔이 참 투명하다. 의미는 모르지만 저 상형문자도 잘 어울린다.



이집트 벽화나 조각들을 보면 '이집트 여자들은 다 저렇게 말랐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라인을 그리는 것만큼은 요즘 유행하고 비슷한 것 같다.



세크메트(Sekhmet) 여신이다. 폭력, 전쟁, 질병의 여신이라고 하며 머리는 사자모양이다. 머리 위에 있는 원은 태양신의 딸임을 나타내 준다고 한다. 이집트 사람들은 이 여신이 화를 내지 않도록 달래야 질병이 치료될 수 있다고 믿었다. 손에 쥐고 있는 건 '앙크'라는 것으로 생명을 의미한다.



이집트인들의 장신구. 옛날 유물인데도 색깔이 세련되고 상형문자도 예쁘다. 한참 이집트에 관심이 있었을 때 저 상형문자들을 알아보겠다고 노력했지만 지금 기억에 남는 건 거의 없다. 저 문자를 응용해서 옷이나 액세서리에 심어 넣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시간과 체력이 남으면 현대미술도 보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잭슨 폴록과 조지아 오키프라는 화가의 그림을 보고 싶었는데 이후에 모마 미술관에서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미뤄두었다. 지금 생각하면 힘들더라도 가서 그 두 화가의 작품은 찾아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분명 이왕 들른 거 다 봐야 한다고 욕심을 부리거나 눈길을 끄는 그림 앞에서 한참 있었을 것이 분명해서 후회는 안 하려고 한다.

전시를 볼 때마다 체력이 좋아야 한다는 걸 느낀다. 쉬엄쉬엄 봤는데도 오래 서있다 보니 다리와 허리가 무척이나 아팠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아주 뿌듯한 하루였다. 회원으로 등록해놓고 자주 찾아가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덧.

관람 중간에 밥을 먹으러 카페테리아로 가는 중이다. 작품을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지만 배고픈걸 못 참는 성격이기도 하고 에너지를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에 들렀다.

카페테리아는 마치 뷔페 같았다. 다양하게 늘어선 음식을 접시에 담아 가서 무게를 잰 뒤 가격을 지불하는 형식이다. 얼마나 나오겠나 싶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담은 뒤 가격을 봤더니 대략 만 원 이상이 나와서 놀랐다. 이렇게만 말하면 '많이 담아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접시가 그 가격이다.


조금 깨끗하게 담을걸...

지금 보니 딸기 큰 건 무겁게 뭐하러 담았나 싶다. 만약 다음에 갈 기회가 있다면 배고픔을 달래줄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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