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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로빈 Apr 09. 2017

[뉴욕] 에필로그

6박 7일간의 뉴욕 여행을 마무리하며


이 여행은 두 가지 이유로 나에게 꽤 의미가 있다. 버킷 리스트에 있던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보기'가 완성되었고 처음으로 혼자 계획해서 다녀온 여행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잠시 머무를 기회가 생겨서 지역을 선정할 때 토론토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뉴욕으로의 접근성이었다. 덕분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도 혼자 있기는 했지만 거기서는 생활에 가까운 마음가짐이었다면 여기에서는 완전히 여행자로서 돌아다녔다.



1. 숙소

호텔의 선택 기준은 날짜, 가격, 무료 인터넷 사용 가능 여부, 주변이 안전한가였다. 의외로 이 모든 것이 충족되는 호텔을 찾기가 힘들었다. 계속 한 군데서 머물고 싶었지만 날짜가 잘 맞지 않아 한 번 옮겨야 했다.

여기는 여행 기간 동안 머문 두 곳 중 처음에 머문 Stanford 호텔이다. 코리아 타운에 있는 아담한 곳인데 냉장고, 금고, 다리미 등 없는 것이 없어서 편했고 TV에 한국 방송이 나와서 신기했다. 밤늦은 시각에도 주변이 북적북적해서 안전한 느낌이었으며 중심지 및 지하철역과 가까워서 참 좋았다. 도착한 뒤 그 옆에 있는 북창동 순두부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오랜 시간 버스를 타서 기진맥진한 상태로 뜨끈한 밥과 매콤한 국물을 먹으니 살 것 같았다. 그 후로 순두부는 나의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이곳은 내가 두 번째로 머문 호텔인 'TRYP By Wyndham Times'이며 하루만 머물렀다. 첫 번째 호텔보다 가격이 더 나가는 곳답게 더 넓고 시설도 좋았다.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긴 했지만 주변이 조금 한산하고 골목에 살짝 들어가야 나오는 곳이라 밤늦게 들어오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냉장고가 없어서 처음부터 여기서 머물렀다면 약간 곤란했을 것 같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따뜻한 물로 씻은 다음 2인용 침대 가운데에 혼자 넓게 앉아서 보는 TV는 정말 최고였다. 한동안 룸렌트 생활을 하면서 TV를 못 봤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다. 주인집 아줌마가 거실에서 편하게 TV를 봐도 된다고 하셨지만 괜히 눈치가 보여서 그러지 못했었다.

이 방에는 독특한 문이 하나 있다. 처음 들어와서 TV 옆에 있는 문을 열어보니 바로 앞에 손잡이가 없는 문이 하나 더 있었다. 그래서 밀어도 보고 두드려도 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희한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문을 닫고 외출했다가 들어와서 씻고 TV를 보는데 갑자기 무슨 대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는 쪽에 귀를 기울이며 다가가니 아까 그 문이었다. 문을 열고 아까 열리지 않던 문에 귀를 갖다 대자 옆방에서 하는 소리가 다 들렸다. 알고 보니 옆 방과 통하는 문이었다. 이 쪽에서는 그 문을 열 수 없지만 만일 동시에 연다면 바로 만날 수도 있다. 다행히 옆 방 사람들이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았고 그쪽에서도 이 방의 문까지 열 수는 없겠지만 혹시나 싶어 문을 의자로 막아두고 잤다.


싼 가격에 조식을 먹었던 Stanford 호텔과는 달리 여기에는 조식이 따로 없어서 아침에 먹을 식량을 구비해두었다. 여기에 있던 커피 머신이 참 마음에 들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있어도 소용없다고 생각했는데 캡슐 중에 녹차라떼가 있는 걸 보고 너무 반가웠다. 처음 쓰는 거라 헤맸지만 곧 따뜻하고 진한 녹차라떼를 마실 수 있었다.


잠들기 전에 호텔에서 내다본 야경이다. 원래 이중 커튼으로 되어있었지만 너무 어두워서 얇은 커튼 하나만 치고 야경을 취침등으로 삼아 잠이 들었다. 누워서 야경을 바라보는 것이 참 좋기도 했지만 곧 돌아간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아쉬웠다.



2. 길거리 풍경


뉴욕에 처음 온 사람답게 특이해 보이는 건물과 풍경을 만날 때마다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어디를 찍어도 외국 도심 한복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참 만족스러웠다.


길을 걷다가 한 컷


큰 규모의 우체국


뉴욕 시청


길을 걷다가 낯익은 이름을 보면 여기가 바로 거기인가 싶어서 신기했다. 일부러 찾은 것도 아닌데 무심코 지나치다가 말로만 듣던 포브스, 뉴욕타임스와 같은 건물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를 즐겨보기 때문에 우연히 파슨스 건물을 발견했을 때 참 반가웠다. 이왕이면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옷감 가게 'Mood'도 찾아서 구경해볼걸 하는 생각이 든다.


일요일에 마주친 자전거 행렬이다. 도로를 통제하고 자전거 마라톤으로 보이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 모두 운동에 관련된 행사가 참 많은 것 같다.


여행 중 가장 요긴했던 지하철 카드다. 대규모 도심답게 지하철이 잘 되어있어서 참 편리했다. 하지만 지하철 역 내부의 악취는 심각했다. 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혹시나 대면할까봐 어두운 곳은 잘 쳐다보지 않았다. 길에서 무언가를 먹다가도 지하철을 타야 하면 그 주변을 돌면서 다 먹은 뒤 역으로 내려갔다. 한번은 어떤 역에 갔는데 역시나 악취가 심했다. 그런데 유난히 그 역에서는 사람들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한 마디씩 하는 것을 보고 여기가 유난히 심한가보다 싶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인식되고 있으니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뉴욕에서 토론토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잠깐 시간이 남아서 찍은 허드슨강 사진이다. 마지막으로 이 강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참 컸다.

캐나다와 미국 둘 다 타국인 건 마찬가지인데, 이상하게도 미국에 갈 때 두려움이 더 컸다. 버스로 한참 가다가 큰 광고판에 있는 빅뱅이론의 칼리 쿠오코 사진을 보고 미국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즐거운 여행이 될 거라는 설렘과 혹시나 사람들이 너무 매서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함께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친절했고 좋은 기억만 남은 여행이 되었다. 여건만 된다면 가고 싶은 곳으로 혼자 훌쩍 떠나는 것도 괜찮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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