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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로빈 Jan 21. 2024

새처럼 가볍게 해피엔딩까지

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깃털의 가벼움이 아니라 새처럼 가벼울 수 있어야 한다. - p.81


책 제목만 보아서는 부정적인 내용 같지만 그 반대다.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는 긍정적인 말들로 가득하다. 흥미로운 경험이나 일화에 몰입하는 사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자연스레 와닿았다.


쓰고 말할 때 진정성을 담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하려면 어느 정도의 무게감이 적당할까에 대 고민하고는 한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정선을 찾기 위 마음가짐부터 지나치게 들뜨거나 심각하지 않도록 조절며 중심 내용을 객관적으로 보려 한다. 어쩌다 감정이 심화된 상태에서 쓴 글은 시간을 두고 다시 읽으며 단어 선택과 문장 표현의 강도를 높이거나 낮춘다.

'새처럼 가벼울 수 있어야 한다'는 언은 자칫 무겁게 이어지기 쉬운 일상에서 도움된다. 가라앉는 마음에 작은 풍선들을 달아 살짝 띄우듯 소소한 재미를 찾아 하나씩 하다보면 어두운 기분을 벗어나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들로 삶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특출난 사람을 이기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완벽만을 추구하기 보다 실수가 있더라도 자주 하면 경험이 모여 재능이 된다는 말에 공감했다. 언젠가 나도 무언가를 잘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이러한 조언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어쩐지 엄격해지는 경향이 있는 탓에 실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서투름을 견디지 못하고 부끄럽게만 여겨 시도조차 꺼리지 않았다.

현재 글을 올리는 인터넷 공간은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스토리 둘 뿐이다. 전자는 짧고 가볍게, 후자는 주제를 하나 정해서 비교적 길게 쓴다. 인스타그램은 부담감이 적은 편이지만 브런치스토리는 어쩐지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부터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올리기 어려워졌고, 쓰고 다듬는 과정을 즐기는 도 줄어들었다.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에서 문장을 거르고 호흡을 조절하여 짧게 쓰는 것도 재미있지만 공간 특성상 미처 담지 못하는 말이 아쉽기도 다. 따라서 비교적 글에 집중할 수 있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예전보다 조금 더 편하게 쓸 자리를 마련하로 했다.


한편 이 책의 저자, 류시화 시인을 처음 보았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매주 1회 외부에서 초청된 명사의 강연을 듣는 수업이 있었다. ‘소금인형’이라는 시만 어렴풋이 안 채 멍하니 앉아있는데, 큰 키에 장발을 하고 선글라스를 쓴 시인이 뚜벅뚜벅 걸어 나와서는 낮은 목소리로 “류시화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수식어를 나열하는 강연자들에 익숙해진 뒤여서 새롭게 다가왔고, 그만큼 이름 석 자만으로도 자신감 있는 사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강렬한 첫상과는 달리 뒤이어 말해주는 인도 여행 이야기와 시를 쓰며 겪은 일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듣는 내내 엄청 웃었다. 실제로 본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만, 그 후로 줄곧 류시화 시인의 책을 챙겨 읽고 있다. 강연처럼 산문에도 특유의 농담이 녹아 있어 여전히 웃으며 깨달음도 얻는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인생 영화’다. 누구나 자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드는 중이며 거기에는 나름의 역할을 하는 조연들이 출연한다는 것이다. 류시화 시인의 영화에 나는 독자와 청중으로 주인공은 모르게 출연했고, 나의 영화에 시인은 글 쓰는 사람 중에는 머리를 기르는 이가 많은 걸로 오해하게 만든 작가로 등장해서 이따금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기억해, 푸바오. 너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이었다는 걸.
- 송영관《전지적 푸바오 시점》


푸바오를 돌보는 송영관 사육사가 쓴 글이 떠올랐다. 조만간 중국으로 반환될 판다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마치 내게 해주는 위로이자 격려처럼 들려서 감동받았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내 영화의 대부분은 성장 드라마였다. 앞으로 무슨 방향으로 줄거리가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늘 그랬듯 때로는 웃기기도, 가끔은 슬프기도 한 장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나름의 길을 찾아 나만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결해피엔딩에 이르기를 바란다.


우선,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분으로 제 영화에 등장하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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