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다 보니, 남을 보는 깊이도 조금 더 깊어졌다. 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보고 쉽게 평가해버리지 않으려는 습관이 생겼다(최소한 기르려고 노력 중이다).
나 역시 사람이기에 나에 대한 연구는 사람에 대한 연구의 일환이어서 그런 듯하다.
나는 왜 공부와 업무 중에 선택하라면 늘 업무였을까? 왜 저학년 때는 각종 대외활동, 인턴 자리를 찾아다니고 3학년 때부터 구직활동을 해서(지금은 그게 더 일반적이라고 하지만) 굳이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을 했을까? 흔히 말하는 프로 사회생활러이긴커녕 혼자 집에서 놀 때 제일 행복해하는 내가.
학부 공부와 회사생활을 거쳐 다시 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해보니,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나는 주변의 인정이 중요한 사람인데(칭찬은 flying shrimpy를 더 높이 날게 합니다!) 학교에서는 시험기간, 과제 제출기간 등이 정해져 있어서 공부 능력을 증명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그 주기도 길거니와,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그에 비해 일터에서는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장점인 순발력, 말귀 알아듣는 능력(?) 등을 간단한 업무처리 때부터 보여주면 일 좀 하네- 라는 칭찬과 평판이 바로 따라왔다. 쉽게 말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공부에 비해 더 빠르게 받을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몸이 좀 힘든 날에도 그런 말 한마디를 들으면 다시 또 힘이 났다.
결국 내가 공부와 업무 중 업무를 선호해왔던 것은, 잘하는 것을 좋아하고 더 찾아다닌 것, 달리 말해 생존 전략이라고 보아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