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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 읽은 책을 세어보니 딱 30권이더라.

by Flying Shrimpy

올해가 열흘 남짓 남았다.


올해는 1. 유튜브 '희조'님의 독서노트 템플릿을 다운로드하여 읽은 책들의 기록을 남겨두었고, 2. 변호사 친구들의 독서모임에 합류했다.

한 해가 지나고 돌아보니 둘 다 정말 잘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몇 권이나 책을 읽었을까 싶어 노션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목록에 30권이나 쓰여있었다.

가까운 지인들만 해도 나보다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이 많아 다독가라고 자신하기는 어렵지만, 한 해에 30권이면 한 달에 평균 2.5권의 책을 읽은 셈이니 적다고는 할 수 없겠다.


노션 독서노트 각 도서명 앞의 이모지(emoji)는 그 책을 덮은 후 내게 남는 딱 하나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붙여두었다.

예를 들면 '편안함의 습격'은 순록.




다 즐겁게 읽었지만,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을 꼽아보았다.


1. 클레어 키건의 책

올해 클레어 키건의 책을 3권 읽었는데, 그 중'맡겨진 소녀'와 '이토록 사소한 것들'이 특히 마음에 남는다.

문장이 아름답고(이건 번역가 분도 한몫하셨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내용인데도 몰입해서 읽게 되는 힘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전생에 이 나라 사람이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나라가 몇 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일랜드다.

아일랜드에 관한 책,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보면 울컥하는 때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다른 나라의 식민 지배를 받은 시기가 있었고 가난했던 때가 있었어서 그런 걸까. 정서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2. 트럼프 2.0 / 환율의 대전환

독서모임에서 추천받아 읽은 책들인데, 내가 라디오, 유튜브, 신문을 통해 조각조각 접하던 정치와 경제 지식을 각 1권에 단권화해 주어 좋았다.

이때의 인연으로 저자 박종훈 님과 오건영 님의 유튜브를 보며 세상 돌아가는 유식한 이야기(?)를 귓동냥하고 있다.


3. 경성에서, 정월

인생책의 정의는 다양하겠지만, 나는 읽으면서 '와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미쳤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거의 3페이지에 한 번 꼴로 페이지 귀퉁이를 잡게 되는 책을 인생책으로 꼽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성에서, 정월'은 내 인생책이었다. 천재가 시대를 잘못 타고나면 이렇게 살다 가는구나 싶었다.


4. 용의자 x의 헌신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내 오랜 책벗이 추천해 주어 읽어보았다. 그런데 반전의 반전의 반전...! 마지막에는 입을 틀어막고 놀랐다. 이 재미로 다들 추리소설을 읽는 거군요.


5. 우리는 어둠 속에서 얼마나 높이 닿을까

역시 내 오랜 책벗이 추천해 준 책이다.

역시 내 취향이 아닌 디스토피아 소설이어서 손을 뻗기까지 한참 걸렸다.

그런데 웬걸, 아침 일찍 출근해서 회사에서 혼자 읽는데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기후 위기나 전염병 등으로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면 나, 부모님, 남편, 특히 아기는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 그런 상황이 아주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옴니버스 소설이다.



연말이 되어 올해는 딱히 한 것이 없구나... 라며 씁쓸해하던 차에 이 독서노트를 보고 올해도 꾸준히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서 외에도 올해 성취한 것도 많고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으로 연결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치앙마이에 다녀왔고,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냈으며, 이직을 했고, 러닝을 시작했다. 꾸준히 시간을 내어 독서모임과 영어스터디를 했고, 클래식 공연과 미술 전시도 다녔다.

내년은 또 얼마나 잘 보낼 수 있으려나?


다들 건강하고 즐겁게 연말 마무리 하시고 2026년에도 행복한 일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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