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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Flight May 24. 2020

"도우려면 끝까지!"

- 고마울때도 끝까지!...-

부산 사상역 할리스 커피숍, 24시간 운영 /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yaki07/221208990937


1. 한쿡 싸람이 이렇게 친절하다데스네...


북경 출발 부산행 비행기 안... 오늘은 승객이 많지 않아 서비스가 일찍 끝났다. 자리에 앉아 잠깐 숨 좀 돌려볼까 싶었는데 한 승무원이 "도와달라"며 나를 찾다. 일본 승객이 뭐라고 하는데 일본어를 잘하지 못해 내 도움이 필요하단다. 지난 2년 동안 이런 때를 대비해서 틈틈이 일본어를 공부해 왔다. 지난 달에는 드디어 JPT 800점을 넘었다. 기내에서 일본어를 사용할 기회가 있으면 내가 먼저 나섰다. 승객과 대화를 하면서 본어 표현을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서이다.


"오케! 내가 가볼게요"


"스미마셍, 듀티퍼서 데스. 오테쯔다이 이따시 마쇼우까?" (실례합니다. 사무장입니다. 도와드릴까요?)


일본어로 말을 건네니, 승객은 내가 일본어를 잘하는 줄 알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신다.


"아시다 나리타....(내일 나리타), 토마로 도꼬로 (숙소), 뉴고꾸신꼬꾸쇼 (입국 서류) 등등..."


승객의 말을 해석해 보니  


"내일 아침 일본 나리타를 가는데, 부산 도착 후 내일 아침까지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공항 근처에 어디 시간을 보낼 곳이 없냐"였다.


24시간 운영되는 인천공항 경우 환승 승객들은 공항 안에서 밤을 샐 수 있다. 김해 공항은 밤 11시에 문을 닫는다. 승객들은 공항 밖으로 나가야 한다. 공항 주변에 저렴한 호텔이 있다고 얘기해 주니 숙소에 돈 쓰기 싫단다. 조용한 카페에 가서 내일 아침까지 시간을 보내겠단다. 지금은 비행 중, 인터넷도 안된다. 김해 공항 도착 후 공항 주변에 24시간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지 알아봐 주겠다고 승객을 안심시켰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승객 표정이 밝아진다.


'댕 댕 댕' 기장님께서 부산 도착 10분전이라는 사인을 주신다. 메모지를 두 장 준비했다. 핸드폰도 꺼내 놓았다. 김해 공항 도착 후 항공기가 주기장에 진입한다. 핸드폰으로 '김해 공항 24시간 운영 카페' 검색을 한다. 검색 결과가 없다. 김해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번화가는? 경전철로 두 정거장인 사상역이다. '사상역 24시간 카페'..... 를 검색해 본다. '할리스 커피숍 24시간 운영'이라는 검색 결과가 뜬다. 미리 준비한 메모지에 아래와 같이 썼다.


HOLLYS COFFEE 24 HOUR OPEN...


1. SASANG STATION

2. # 1 EXIT

3. HOLLYS COFFEE


다른 한 장의 메모지에는 한글로 적었다. 커피숍을 못 찾을 경우 사람들에게 한국어 메모지를 보여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일본 사람입니다. 사상역 1번 출구에 있는 할리스 커피숍을 찾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비행기에서 내리는 다카하시상에게 두장의 종이를 건네주었다. "도오모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환하게 웃는 다카하시상. 승객 하기 후 승무원들도 짐을 챙겨 내렸다. 동료 승무원들과 디브리핑을 하고 인사를 나눈 후 입국장으로 갔다.


다카하시상이 공항에서 헤매지나 않을까? 마침, 저 멀리 짐 찾는 곳에 그가 서있다. '도와줄 거면 끝까지 도와주자'라는 생각으로 다카하시 상에게 다가갔다. 나도 경전철을 타고 집에 가는데 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니 고마워한다. 오늘 한국을 처음 와 봤는데 이렇게 친절한 사람을 만나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단다. 오늘은 환승 (Transit)이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지만 조만간 한국으로 여행을 와 제대로 구경하고 싶다고 한다.


경전철 매표소에 도착하니, 다카하시상이 망설인다. 지갑에 5만 원짜리 밖에 없단다. 어디 돈 바꿀 수 있는 데가 없냐고 묻는다. 이 시간에 있을리 없다. 소 카드만 쓰는 나도 현금이 없다. 달라 라면 모를까. 마침 얼굴을 아는 운송 직원이 지나간다.


"삼천 원 있어요? 내가 3불 줄 테니 삼천 원만 주세요. 3불이면 3천6백 원쯤 되니깐, 손해는 아니에요"


직원이 건네준 삼천 원으로 경전철 표 두 장을 끊어 다카하시상에게 건네주었다.


"하나는 지금 사상역까지 갈 때 쓰시고, 다른 하나는 내일 아침 공항으로 돌아올 때 사용하세요"


사상역은 나와 반대 방향이다. 악수를 하고 헤어지는데 몇 걸음 가다가 다카하시상이 나를 부른다. 내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란다. 일본 돌아가면 나에게 감사 메일을 보내고 싶단다. 그런 거 기대하고 하는 건 아닌데, 기왕 써줄 거면 나 말고 회사에 써주면 좋은데..... 메모지에 이메일 주소를 적어줬다.  


그와 헤어지고 경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카하시상이 무사히 할리스 커피숍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사상역까지 데려다주었어야 했나?"


며칠 뒤 일본에서 이메일이 왔다. 다카하시상이 보낸 메일이었다. 덕분에 커피숍에서 하룻밤을 잘 보냈고, 다음 날 일본으로 무사히 돌아갔단다. 그리고 일주일 뒤 여행으로 한국을 다시 찾았고 한국 사람의 미소와 친절함에 감동했다는  내용의 메일인데, 저 정도 정성이면 회사에도 칭송 한 통 쓸만한데, 물론, 칭송을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구요.


Hello, Mr.이,


I hope your family has a comfortable and happy life and everything is going very well. I just came back from Seoul last night after eight- day stay in Japan. That was the second visit to Korea after I met you in Pusan for the first time. I stayed in 钟路3가 area. I enjoyed this short stay in Seoul. I am sorry, but I cannot speak Korean  language. Because of this, In the city, it was necessary to ask a lot of people in each place about information, transport and location. Some people couldnot communicate with me in English, but all of them are so kind to me. They are full of energy. I was very much impressed with their smile and warm friendship.

Although I didnot have enough time in Seoul, I have had a good impression and comfortable time there. Clean streets, modern transportation system like Arex and station design and the scenery in each corner, such as narrow alleys and lovely small shops. It was full of the nostalgic and relaxed atmosphere. I strongly hope this peace and happiness will continue forever in your country. Lastly, I sincerely hope all of your family members are in good health.


                              Your friend, Takahashi Takehiko




2. 아빠의 마음으로 순수하게 도와드린 겁니다만...


나리타에서 부산으로 오는 비행기 안, 엄마 승객이 두 아이를 데리고 탄다. 한 아이는 열 살쯤, 다른 아이는 다섯 살쯤 돼 보인다. 엄마 승객의 표정이 좀 어둡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신가?'


비행기가 이륙하고 식사 서비스를 하는데, 엄마 승객은 다섯 살짜리 아이를 꼭 안고, 밥은 먹지 않겠단다. 엄마 품의 아이 는 어디가 아픈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실례합니다만, 아이 컨디션 괜찮은가요? 도와드릴까요?"


'승무원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 듯 그때까지 굳게 닫혀 있던 엄마 승객은 나의 질문에 입을 연다. 아이 둘을 데리고 도쿄 디즈니랜드에 3박 4일 일정으로 놀러 갔는데, 작은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고 아파 여행 일정을 취소하고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가는 중이란다. 집이 제주도 라서 부산 도착 후 제주 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표를 예매하지 못해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걱정이란다.


기내에 어린이 해열제가 있다고 안내드리니 이미 먹단다. "부산 도착 후 제주 가는 비행 편을 알아봐 주실 수 있으 세요?" 내 비행은 부산 까지지만 아픈 승객을 외면할 수 없다. 나도 아들이 저 나이 때 열나고 아팠던 적이 있다. 아이 열을 내리기 위해 아내와 교대로 밤새 아이 이마에 물수건을 교체해 주던 기억이 났다. 제주행 비행기 표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끝까지 승객을 챙겨주고 싶다.


"알겠습니다. 부산 도착 후 제주행 비행기 표를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도착 후 승객과 함께 입국장으로 갔다. 수하물 수취대에서 여행 가방을 찾아 카트에 싣고 국내선으로 갔다. 대한항공 카운터에 가서 제주행 비행기 표를 알아보니 자리는 있는데 비행기는 2시간 뒤에 출발한단다. 승객은 가급적 빨리 집으로 가고 싶어 했다. 다른 항공사 카운터를 찾아갔다.


"대한항공 사무장입니다. 승객의 아이가 지금 열이 많이 나고 아픈데, 집이 제주도라서요. 제주도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비행 편 좀 알아봐 주시겠어요?" 얼마나 급했으면 다른 항공사 직원이 와서 부탁하겠는가! 지상 직원이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에게 SOS를 보낸다. 그리고 잠시 후 "40분 뒤에 제주행 비행기에 좌석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엄마 승객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미소를 보았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반짝인다. "신경 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연락처라도 하나 주세요. 나중에 제주도 오시면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네요".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 드린건데, 밥 같은거 안 사주셔도 되는데, 돈 드는 거 말고, 그냥 "이덕영 승무원으로부터 큰 도움받았다"는 메일 같은 거 회사에 한통 쓰면 되는데..


그날 저녁 때쯤 핸드폰으로 문자가 한통 왔다. "아이가 아파 여행 일정도 취소하고 급하게 집으로 와야 했는데, 비행기 표가 없어 걱정하던 차에 이덕영 승무원님을 만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제주도 도착해서 병원에 입원했고, 지금은 열도 많이 내리고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다음에 제주도 오시면 꼭 연락 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아빠의 마음으로 순수하게 도와드린 건데. 괜히 밥 같은 거 사주신다고 돈 쓰실 필요 없는데.  그냥 회사에 내 이름써서 칭송 하나 보내시면 돈도 안 들고, 서비스 우수 승무원으로 뽑히면 회사가 상금도 주는데, 그 상금이면 소고기 몇 번 사먹을 수 있는데........ 그냥 그렇다고요.



* 승무원의 서비스에 감동하면 칭송 레터를 써보세요. 칭송을 받은 승무원은 고가를 좋게 받을 수 있어요. 칭찬의 강도가 '셀'경우 서비스 우수 승무원으로 뽑힐 수 도 있어요. 서비스 우수 승무원은 사장님 표창과 함께 상금도 받는 답니다. 항공사 근무 20년, 비행 생활 16년 동안 칭송은 제법 받았지만, 상금은 못 받아봤네요.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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