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은 취미가 아니라 생존이다 -
'승무원과 잠'이라는 글을 쓰고 아침밥을 픽업하러 가려다가 침대 위에 놓인 운동복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 갈 때 꼭 챙겨 가는 것이 운동화와 운동복. 이번 런던 비행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호텔 헬스장 (GYM)은 문을 닫은 상태. 가지고 온 운동복을 아직 입어보지 못했다. 배는 별로 안 고프고 이틀 동안 호텔 근처만 왔다 갔다 하니 몸은 찌뿌듯하고, 창밖은 아침 해가 올라오기 시작하고, 운동하기 딱 좋은 타이밍. 아침밥을 잠시 미루고 호텔 근처에 있는 공원을 세바퀴 돌고 왔다.
내가 런던 비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공원 때문인데 사실 공원이라고도 하기가 조금 애매한 것이 보통 공원이라 하면 사람도 있고, 나무도 있고, 쉬어가는 벤치도 있어야 하는데, 이곳은 그런 것들이 있긴 한데 매우 적다. 허허벌판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숲이라고 해야 할까? 이곳을 갈 때마다,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책으로 읽고 사진으로 보고 언젠가는 꼭 가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산티아고'길이 생각난다.
여의도 면적의 2.742배 정도 되는 크기의 허허벌판이면서도 드문드문 보리와 꽃, 나무가 있는 이곳을 어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도는 데 20분쯤 걸린다. 나는 처음에는 7분 30초 정도 걸리게 뛰고 나머지 두 바퀴는 빠른 걸음으로 돌았다.
호텔에서 걸어서 10분도 채 안 걸리는 이 벌판의 존재를 아는 승무원은 많지 않다 (고 장담한다) 이 공원 (이야 벌판이야 헷갈리네)을 오기 위해서는 호텔 앞 도로를 건너야 하고, 도로 다음에 이어진 몇 채의 집을 지나야 하는데 대부분의 승무원은 셔틀버스 타고 시내를 나가도 이곳까지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다.
나도 승무원 되고 첫 팀 팀장님이셨던, 산책을 좋아하시던, 한 번 산책을 하면 2시간은 기본인, 한 번 말씀하시면 1시간 동안 쉼표를 안 찍으시던, 첫 팀 인연으로 내 결혼식 주례를 봐주시던, 주례 말씀을 1시간 넘게 해서 신랑 신부 하객 모두 황홀한 기분을 맛보게 해주셨던, 은퇴하신 지 10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가끔 연락하는, 자주 연락하면 1시간 넘게 통화가 이어질까 두려워 가끔, 아주 가끔 연락드리는, 그분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수식어를 길게 쓰고 있는, 내가 아주 사랑하는, 그래서 가끔 안부 카톡 보낼 때 인사말로 '사랑합니다'라고 끝맺음을 하는, 하해룡 사무장님과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그때가 봄이었나 보다. 계절은 기억나지 않지만 봄이었던 게 틀림없다. 왜냐면 이 숲에 (벌판이야 숲이야) 산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사람들은 산딸기를 안 먹나 보다. 몸에 좋다는, 좋다 못해 요강을 부순다는 그 산딸기를 한 아름 따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앗! 그러고 보니 이 글 제목이 <승무원과 운동>이고 부제가 <운동은 취미가 아니라 생존>이라서 운동에 관한 얘기를 썼어야 했는데 숲인지 벌판인지 헷갈리는 여의도 2.몇배였더라 크기의 벌판인지 숲인지 헷갈리는 장소와 승무원 되고 첫 팀 팀장님이셨던, 산책을 좋아하시던, 한 번 산책을 하면 2시간은 기본인, 한 번 말씀 하시면 1시간 동안 쉼표를 안 찍으시던, 첫 팀 인연으로 내 결혼식 주례를 봐주시던, 주례 말씀을 1시간 넘게 해서 신랑 신부 하객 모두 황홀한 기분을 맛보게 해주셨던, 은퇴하신 지 10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가끔 연락하는, 자주 연락하면 1시간 넘게 통화가 이어질까 두려워 가끔, 아주 가끔 연락 드리는, 그 분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수식어를 길게 쓰고 있는, 내가 아주 사랑하는, 그래서 가끔 안부 카톡 보낼 때 인사말로 '사랑합니다'라고 끝맺음을 하는, 하해룡 사무장님에 대해서만 쓰고 말았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그냥 요기서 마무리하고 <승무원과 운동 2>에서 그 얘기를 풀어보자.
* 해룡 사무장님에 대한 글은 네이버에 있다. 굳이 가서 읽을 필요는 없다 (고 썼지만 다들 아래 링크 누를껄?)
https://blog.naver.com/flykal/221914916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