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을 하면 할수록 기내 서비스에 대한 승객들의 기대치가 점점 높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몸에 좋은 약이 쓴 것처럼 고객들의 쓴소리를 듣는 것은 당장은 괴롭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좀 더 고객 만족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나 역시 한 사람의 고객이 된다. 하는 일이 서비스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서비스 하는지 유심히 살피게 된다.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어떻게 하면 저 서비스를 기내 서비스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해보고 또 좋지 않은 서비스를 받으면 ‘나는 저렇게 서비스하는 승무원은 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도 해본다.
지난주 아내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레스토랑에 식사 예약을 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예약 직원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고객에 대한 정중함이나 예의, 업무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게 느껴져 아쉬웠다.
아내 생일날 레스토랑에 도착해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입구에 서 있는 직원은 뭐가 그리 바쁜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테이블에 있는 서류만 뒤적인다. 우리 부부가 다가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그제야 예약 유무를 묻는다. ‘스마일에 인사라도 하면서 예약 여부를 물어봤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안내해 주는 테이블로 갔다.
테이블 위치가 레스토랑 구석에 있어 좀 어두웠다.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바꾸어 줄 수 없느냐고 묻자 건조한 목소리로 바꿔 줄 자리가 없다고 해 그냥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로 했다.
식사 중에 아내가 직원에게 소스를 부탁했다. 저녁 시간이라 다들 바빠 보인다. '요청한 소스를 잊어버렸나?' 수 분을 기다리다 다시 부탁했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 결국 소스는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같은 서비스 업계 종사자로서 너그러이 이해를 하며 식사를 계속했다.
식사와 함께 와인을 한 병 시켰는데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분 (비행기 사무장에 비유할 수 있겠다)이 와서 서비스를 해주신다. 편안하면서도 절제된 서비스 매너, 미소가 돋보인다. 조심스레 내가 겪은 불편함을 얘기하니 적극적으로 알아보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잠시 후, 그분은 우리를 시내 야경이 보이는 테이블로 안내했다. 더 필요한 것은 없냐고 묻는 그분을 보는 순간 조금 전까지 직원들 서비스에 대한 아쉬웠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날 내가 받은 서비스를 통해 승무원으로서의 나의 서비스를 되돌아보았다. 승객이 탑승할 때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네는지, 식사를 서비스할 때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요청 사항은 즉시 해결해 드리는지.... 내가 만났던 그 레스토랑의 매니저분과 같은 마음으로 고객을 대한다면 고객 감동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 인천에 있는 Five Star 호텔레스토랑이었다. 아내 생일을 기념해 예약을 하고 간 건데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직원이 안내해 준 자리가 입구에서 가까워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서 정신이 없었다. 자리를 바꾸어 줄 수 없냐고 물으니 기다렸다는 듯 '안된다'라고 말하는 직원..... 마음이 살짝 상했다.
* 밥을 먹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아내와의 대화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때, 매니저 같이 보이는 분이 보였다. 사정을 말씀드리니 흔쾌히 '알아봐 주겠다'라고 한다. 그리고 몇 분뒤 우리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 비행기에서도 "없다, 안된다"는 말이 나올 때가 있다. 진짜 안되고, 없어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습관적인 경우가 많다. 다행히 나는 아직 두 가지 표현이 어색하다. 비행기에서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는 말을 더 자주 쓴다. 그리고 진짜로 안될 때까지, 없을 때까지 알아본다.
* 승무원이다 보니 내가 받는 서비스에 대해 기대치가 높은 편이다. 한마디로 내가 바로 '진상 고객'이란 뜻이다. 변명하자면 서비스 업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부족한 서비스를 받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그들 눈에는 '진상'으로 보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