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해야 일이 잘 될까? 일 처리를 먼저 해놓고 정리해야 할까
사무실, 책상 위가 엉망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난 약간의 결벽증도 있다.
예를 들면 밥상의 그릇이 비뚤어져있으면 먹기 전에 줄을 맞춘다든지 보도블록의 줄을 피해 간다든지 하는 것인데 사실 세월이 지나며 희미해진 습관들이긴 하다.
예전엔 주변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청소부터 하고 일을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깨끗하게 치워놓고 음악과 함께 커피 한잔 할 때의 평화로움과 안락함을 즐기기는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삶에 여유를 잃은 탓인지 언제부터인가 처리 순서가 달라졌다.
우선 머릿속에 있는 것을 실행하고 나서야 다른 것을 하게 되었다. 주변이 엉망진창이어도 정돈에 시간을 먼저 쓰는 것이 아깝게 생각된다.
그렇게 바뀐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들어 그런 성향이 더 강해진 것은 내가 하는 일이 달라졌기 때문인 듯하다. 다큐멘터리는 보통 기획부터 완성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고 그 외에 다른 프로젝트도 수개월이 소요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거나 하는 최근의 일들은 머릿속에 있는 것을 지체 없이 끄집어내야 할 것 같았다.
특히 유튜브 영상의 경우 난 여전히 카메라 여러 대와 그에 딸린 부속 장비들 그리고 수중 촬영에 필요한 용품들까지 너무나 많은 물건들이 동원되고 촬영 다녀오면 데이터를 옮기고 바닷물에 절여진 장비 세척하고 배터리 충전하는 일까지 지체 없이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그 사이 혹여 머릿속을 맴도는 시나리오를 잊을까 구글 독스를 열어 가구성안을 고쳐 쓴다. 내 콘텐츠는 해양생물에 관한 정보가 많으므로 생물의 종이나 생태 정보가 정확해야 하므로 검색을 하고 책을 꺼내 확인하는 과정에서 책상 위는 더 어지럽혀진다.
딱 이런 단계에서 갈등이 심해진다.
'치우고 편집할 것인가 아니면 편집하고 치울 것인가'
예전 같으면 무조건 깨끗하게 정돈하고 편집을 시작했겠지만 최근 몇 번은 편집부터 시작했다. 마음이 많이 조급해진 것이 분명하다. 자의 반 타의 반, 일명 크리에이터로 직업이 바뀌는 중인데 기약도 가늠도 안 되는 궤도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이 나를 그렇게 만든다.
남들은 내가 물려받거나 모아 놓은 재산이라도 있어 저런 일을 하나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실상과 거리가 먼 얘기다.
오늘은 편집하다만 쇼츠를 완성시키는 것이 1순위였으나 급하게 브런치로 순서를 바꿨다. 일에 집중하기엔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서이다. 바꾼 김에 글을 쓴 이후 청소도 할 것이다. 깨끗하게 정리하고 요즘 즐겨 듣는
유튜브의 <일하면서 듣기 좋은 카페음악> 켜놓고 커피 한잔 마시고 편집은 마지막에 하자.
https://youtu.be/ZgpI7e5Rpns?si=poNueI2qqUMJs2q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