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세울 만한 부분이 별로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딜레마
그간 브런치를 글쓰기 연습과 글 재료 모음을 위한 도구로 생각했는데 중요한 글은 따로 정리하고 있고 요즘은 부업인 생태 해설이 대목인 계절인 데다가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어야 하고 의뢰받은 영상제작 건도 있어 이래 저래 브런치를 소홀히 했다.
그래서 당분간 브런치를 일기 또는 SNS처럼 사용해볼까 한다.
요즘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유튜브다.
유튜브는 그럭저럭 잘 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나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4달 만에 구독자 2천5백 명을 넘어섰으면 꽤 좋은 성적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부업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갈 길이 먼 수준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조회수로 수익금을 계산해서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금액은 인건비는커녕 유튜브 제작에 드는 실비에도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늘 고민이 많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대충 감은 잡았으나 내가 잘 팔리는 상품성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파악이 어렵다. 남의 가게를 보고 장단점을 평가하는 건 쉽지만 막상 나보고 물건 하나 팔아오라고 하면 막막한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나도 아무나 갖지 못한 자산이 있다. 평균 이상의 영상 제작 능력, 생물 특히 해양 생물에 대한 이해와 기본적인 지식이 있고 다양한 경험과 원만한 인간 관계도 스스로는 꽤 괜찮게 평가한다. 그런데 그것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나를 내려놓는 것이다.
좋게는 자존감, 자존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짐이 되기도 한다. 특히 유튜브에서는 나만의 세계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쉽게 공감하고 선의로 받아주는 어떤 범위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방송은 여러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고 검증되며 방송이 갖고 있는 무게로 쉽게 반박하기 어려운 권위를 갖는데 비해 유튜브 콘텐츠는 팬덤을 형성하기 전까지는 그저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상품일 뿐이다.
그래서 유튜브에서는 무게 잡고 똑똑하고 완벽한 사람보다 가볍거나 어딘지 어설프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더 잘 된다. 그런데 진짜 모자라면 안 되고 실제로는 잘하는데 살짝 부족해 보이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사람들은 막연한 인상 평가로 "유튜브는 자극적, 말초적이어야 해"라고 하는데 사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자극적이거나 말초적이기만 한 것의 수명은 짧다. 오랫동안 잘 되는 채널은 아주 일상적이고 온화하고 건전하면서도 시청자의 어느 한 부분을 강하게 자극하는 요소를 갖고 있다.
내 채널에는 효자 콘텐츠가 있다. 현재 130만 회 정도의 조회수를 올리고 있는데 지금도 계속 상승세라 200만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롱폼이 아닌 쇼츠로 내용은 돌돔이 수조에서 고리 통과 묘기를 하고 기르는 사람과 교감한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만든 KBS환경스페셜 아이 엠 피시의 한 에피소드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쇼츠로 인해 구독자가 늘고 시청 시간도 많이 채워져 수익화에 가까워졌다.
그 다음 기여도가 높은 영상 또한 아이 엠 피시에 나온 혹돔 요리코와 할아버지의 40년 우정을 소개한 에피소드이다. 이것은 유일하게 롱폼의 조회수가 같은 내용 쇼츠보다 많다.
사람들은 감동받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나는 유튜브에서 주로 정보와 지식 위주로 콘텐츠를 보지만 나 같은 취향보다는 가벼운 재미, 시간 때우기를 위해 시청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귀여운 아기나 동물, 매력적인 성적 대상, 신기하거나 웃긴 상황이 담긴 영상의 시청률이 높고 사람들은 유튜브로 인해 피폐해진 마음과 정신을 정화하기 위해 착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찾게 된다.
돌돔 흰검둥이와 혹돔 요리코 이야기는 이런 요소를 모두 갖췄다.
처음에는 물고기가 이렇게나 독똑하다구? 하면서 놀란 후 물고기와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고 교감하는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정작 만든 나는 그런 감정까진 느끼지 못했는데 눈물을 흘렸다는 댓글도 몇몇 보였다.
그와 반대로 악플로 도배되어 조회수가 꾸준히 올라가는 콘텐츠도 있다. 환경스페셜 섬으로 간 물고기에서 가져온 이야기로 폭우가 쏟아진 뒤 갑자기 하천의 물이 줄어들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은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담은 쇼츠이다.
그 모습에 "살려주었어야 할까요? 하지만 그냥 자연의 순리에 따랐습니다."라고 말을 덧붙인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논란을 예상하긴 했지만 도를 넘는 악플들이 매일 달린다. 물론 그냥 무시하기로 했는데 신경이 전혀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중 일부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전체 내용을 알고 보면 내가 개입해서 살려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내가 유튜버라면 당연히 살려주는 모습으로 영상을 만들어서 칭찬도 받고 인기도 끌었겠지만, 그 영상은 방송 다큐의 한 장면이다. 갑자기 PD가 출연해 물고기를 살려주면 맥락이 끊어지고 당연히 방송에 그 장면이 나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왜 그런 짓을 했느냐고 비난을 받았을 수도 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생태적 지위라는 것도 있다. 모든 생물은 생태계에서 주어진 역할이 있다. 사람들이 감동받았다는 BBC 다큐 제작팀이 구한 펭귄 이야기의 황제펭귄과 내가 촬영한 은어는 생태적 지위뿐만 아니라 보존 가치도 다르다. 이렇게 말하면 생명이 다 소중하지 더 귀하고 천한 생명이 있느냐 반문한다. 그럼 파리, 모기, 바퀴벌레는 왜 잡아 죽이나? 은어는 이런 죽음을 수천, 수만 년 동안 겪으며 살고 있고 죽은 은어는 왜가리, 백로 같은 새와 곤충의 먹이가 되거나 식물의 양분이 되어 생태 순환의 한 과정이 된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순리이고 은어의 생태적 지위다. 왜 사람들은 수많은 해양 생물 중 고래와 돌고래 그리고 바다거북을 더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수 천 마리의 멸치 떼와 돌고래 한 마리 중 어떤 것을 살려야 할까?
이런 말로 대응을 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부질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안다. 그들은 그저 순간의 감정을 표현한 것뿐이고 그것도 자연의 순리일 수 있겠다 싶다.
문제는 나에게 유튜브는 무엇인가이다.
나의 정체성과 주장을 담는 곳인가 아니면 상품을 파는 곳인가?
적절한 조합이 가능하면 최선이겠지만 그것이 어렵고 어떤 면에선 내가 갖추지 못한 것 중에 하나다. 내가 내세울 만한 부분이 별로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딜레마.
분명히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 같다.
https://youtube.com/shorts/jqY3pfwSp-A?si=YD7PYqP9CySM_p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