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요 이거 좀 보세요!! K푸드의 자부심!

런던 한복판에서 육개장 백반을 외치다

by Marie Kim



그날은 런던 비행이었다.

레이오버 시간은 짧고,

속은 출출하고 허전한 그 느낌.

한식이 그리운 날.

(사실 집 떠난 건 어제인데.)

배고파.. 한식울 찾는 하이에나 같은 나. 한식으로 배불리기 전에는 빅벤도 빨간 이층버스의 감동도 없다. 감동도 배불러야 오는거라니까?


요즘은 한식의 위상이 꽤 달라졌지만,

내가 막내였을 땐 달랐다.

일식은 고급, 중식은 싸고 배달도 되고

베트남식은 누구의 입에나 맞는.


한식은 그냥 ‘교민 전용 음식’ 같은 취급이었다.

긴 출장 중에 한식이 그리워 찾아오거나

교민들끼리 한국을 그리며 먹는 그런..

(정말로 한식당엔 한국 사람뿐이었다.)

(엘에이의 남대문, 별곱창.. 뉴욕에 삼수갑산, 시카고에 코리아나, 시드니에 서울식당.. 유럽에는 아예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근데 나는 한식 러버다.

진짜 찐 한식파.

비행 가면 무조건 라면 하나라도 먹어야

속이 풀린다니까?


그날도 그랬다.

런던에서도, 피키딜리 한복판에서

굳이 굳이 구글 지도를 찾아 그중에서도

평점이 높은 한식당을 찾아갔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장님도 외국인,

알바생도 외국인,

손님도 죄다 외국인.

한국 사람은 나. 혼자.


키야~!!

국뽕이 차오른다…

이게 나라다!!!


나는 당당히

육개장 백반을 시켰다.


런더너들이

제육불고기를 포크로 먹고

(밥 없이 제. 육. 만 먹더라?)

파전을 나이프로 잘라먹고

그 모습이 너무 어색해서

일어나서 말할 뻔했다.


“저기요, 저기요~

그렇게 먹는 거 아닙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잖아?

그래서 대신

허리를 곧게 세우고,

숟가락을 단정히 들고,

조신하게 육개장을 떠먹으며

속으로 외쳤다.


“여기 좀 봐라.

이렇게 먹는 게 한식이다!”

따뜻한 밥 위에 김치를 올려 와앙 한 입!!!


그날,

육개장은 유난히도 맛있었다.

왜냐고?


한식의 자부심이

국물보다 진했으니까.

런던에서 먹은 육개장 백반. 정갈한 오이무침과 숙주나물, 미역 줄거리랑 같이 나온다. 꽤 맛있다.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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