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기들아 사랑해
나는 100기로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했다.
지금은 200기가 훌쩍 넘는 후배들이 생겼지만,
내가 입사하던 그때는
‘100’이라는 숫자 자체가 굉장히 기념비적이었다.
(물론 그 당시 나는 그게 얼마나 상징적인 기수인지
잘 모르던 똥막내였지만)
심지어 우리 수료하던 때에는
언론 취재도 왔었다.
그러다보니
100기라는 숫자는
우리를 어느 순간,
특별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무겁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우리 기수에 대한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애들이 평균적으로 다 예쁘다네.“
“학벌 좋은 애들만 뽑았다더라.”
“다 키 크고 날씬하대.”
“100기니까 뭔가 다르대.”
처음엔 웃어넘겼지만,
곧 그 말들이 우리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모든 시선이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에 꽂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정말 걱정했다.
내 작은 실수가 동기 전체의 평가로 이어질까 봐.
회사 선배들은
우리의 말투, 자세, 눈빛까지 채점하듯
바라보는 것 같았다.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우리를 보고 실망하는 선배들도 있었겠지?)
우리는 언제나 “잘해야 한다”는 긴장 속에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늘 어깨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거운 번호표 하나를 달고 있었다.
100기.
하지만 지금은 그 100기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솔직히 말하면
특별한 것도 없는, 그냥 숫자일 뿐이다.
그리고 우연히 걸린 순번일 뿐이다.
하지만
훌륭한 동기들이 있었다.
우리의 이미지,
우리의 이름을
예쁘게 만들어준 사람들.
덕분에
선배들도,
후배들도(100기 선배님들은 다
착하신것 같아요. 라는 말도 자주 들었다!)
우리 100기를 좋아해 주고
인정해 준다.
고맙다, 내 동기들아.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우리들.
지금은 모두
아줌마가 되고,
아저씨가 되었지만.
어느 하늘 아래서든,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 100기들.
영원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