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행운

런던 편

by Marie Kim

몇 해 전 이야기이다.

(다시 사진 보니 작년이네?ㅎㅎ)


그날은 런던행(OZ521)이었고

조금 외로운 비행이었다.

타 그룹에 끼어 비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비 그룹원은 매니저님과 나, 단 둘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비행 내내,

우리는 자연스레 짝꿍처럼 움직였다.

사실 타 그룹 승무원들이

저녁 식사에 초대해주기도 했지만,

뭐랄까... 괜히 어색했다고 해야 하나?



비행을 마친 다음 날 아침,

조식뷔페에서도 자연스레 둘이 아침을 먹었다.

사이좋게 오믈렛과 커피를 나눠 마시며

(런던 조식 참 맛없다ㅠ)

나는 매니저님께

“오늘 뭐 하실 거예요?”

라고 물었다.



매니저님은 가고 싶은 박물관이 있다고 하셨고,

나는 “저도 대영박물관 가려구요!

시내 갈 때 같이 가실래요?? “

라고 물었다.



우리는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함께 엘리자베스 라인을 타고 시내로 나갔다.

(엘리자베스 라인은 새로 만들어진 노선이라

다른 노선에 비해 굉장히 깔끔하다.)

그날의 계획은 단순했다.

각자 놀다가, 저녁에 다시 만나 함께 들어오기로.



지하철 안에서 매니저님은 가방 속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셨다.

영국 전체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들의 해설이 담긴 책이었다.

“이거, 재미있어요. 보고 싶으면 빌려줄게요.”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참 고마웠다.

사실 박물관을 다니며 느끼는 건 사전 공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시내에 도착한 우리는 갈라졌다.

나는 곧장 대영박물관으로 향했고

매니저님은 빅토리아 미술관에 가신다 했다.



트라팔가 역에서 내려 박물관으로 올라가는데

여기저기 출구가 막혀있고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트라팔가 광장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는 것이 보였다.

‘왜지? 테러? 뭐.. 훈련하나?

좀 무서운데? 사진도 못 찍는 건가? 힝... ‘

(사실 9.11 테러 이후 전 세계는 테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고 영미권에서는 테러 방지를

위해 훈련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서운한 마음을 안고

주욱 길을 따라 세워져 있는

철조망을 옆에 두고

언덕을 오르고 올라

박물관 정문 앞에 도착했다.



다 왔다!

숨을 내 쉬며

뒤를 돌아본 나는 믿기 힘든 광경을 마주했다.




철조망 안, 무대 위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철조망 뒤에 야속하게 숨어있던 너. 너의 이름은 배너.




공얀 준비중인 오케스트라 단



뒤늦게 걸려 있는 배너를 확인했다.

“오늘 저녁, 트라팔가 광장에서

런던 심포니 무료 공연”


오 마이 런던…

한 번도 계획에 없었던,

그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예고도 없이 찾아온 행운이었다.



나는 매니저님께 포스터 사진을 찍어

메시지를 보냈다.

“매니저님~ 저 이거 보고 늦게 들어갈 것 같아요.

트라팔가 광장에서 무료 오케스트라

공연을 한다네요. 먼저 들어가세요^^. “



매니져님께 메세지로 보낸 포스터


곧바로 단 두 마디의 답장이 도착했다.

“저도 갈래요~”


매니저님은 빅토리아 미술관에서

헐레벌떡 트라팔가 광장으로 오셨고

우리는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하늘은 서서히 붉게 물들고,

런던의 뜨거운 태양이 시원한 바람으로 바뀌었다.



공연이 끝난 뒤 기념 사진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감동 그 자체였고,

우리는 공연이 끝난 뒤

감동을 나누려 맥주도 함께 마셨다!




2차중입니다만. 런던맥주입니다.



돌아오는 길, 매니저님이 말했다.

“사실 나, 학창 시절에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었어.

이렇게 다시 그 시절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아직도 두근거린다. “



알고 보니 매니저님은 초등학교 때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셨단다.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며

나에게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다음 날 매니저님은 오랜만에

그 시절 오케스트라팀

친구들에게 연락까지 하셨다고!!)



아니 제가 더 감사하죠, 매니저님! 진씸!!

공짜 공연에 맥주까지!



내가 보낸 작은 메시지 하나가

한 사람의 추억을 불러내고,

서로의 하루를 뜻깊은 기억으로 바꾸는 순간이었다.

함께한 그 시간 덕분에 우리는 잠시,

비행이라는 일상 속에서도

‘여행자처럼’ 설렐 수 있었다.



런던의 해 질 녘 공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

사람들의 박수 소리,

맥주잔을 부딪치며 나눈 따뜻한 말들까지—

그 모든 것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비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뜻밖의 행운을 마주할 때가 있다.

전 세계를 날아다니지 않았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소소한 행운들.

누군가에게는 그냥 스쳐 가는 하루일지 몰라도,

내게는 두고두고 꺼내볼 소중한 기억이 된다.



그래서 나는,

비행을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 웅장했던 사운드를 공개합니다! 굉장히 짧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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