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잠시
일본행 비행이었다.
한 손님이 팩스콜을 눌러 가 보니
나이 드신 일본인 남자 손님이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고 했고 이미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그의 아내는 어찌할 바를 몰라 절절매고 있었다.
우리는 즉시 기내 의료진 찾는 방송을 했다.
간호사라는 한 여자 손님이 나오셨고
이런저런 문진을 통해
당뇨 등 지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간호사였던 승객은 공항 의료진을 불러
가장 먼저 내리게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했다.
우리는 기장님을 통해
공항에 의료진 대기를 요청했다.
당시 나는 방송을 담당했고
일본어 방송 자격도 있던지라
게이트 도착 직전, pa를 잡고
한국어, 영어, 그리고 일본어 방송으로 전했다.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기내 응급 환자가 있어 우선 하기 할 예정입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추가 안내가 있을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사실… 정말 걱정이 됐다.
모두 피곤하고 빨리 내리고 싶을 텐데,
혹시라도 일어나거나 혼란스러워지면 어쩌지,
실제로도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하고...
그런데 놀라웠다.
도착 후, 기내는 말 그대로 정지된 듯한 고요함이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고,
심지어 숨소리마저 조용히 눌러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환자분이 먼저 휠체어에 실려 이동하고,
그의 아내가 따라가다
갑자기 맨 앞줄에 뒤돌아 서서
기내 전체를 향해 90도로 깊이 인사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
“ 손님 여러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앞문으로 내리시기 바랍니다. “
방송을 하는데,
내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 조용한 연대와, 익명의 배려,
그리고
인간 사이에 흐른 짧지만 깊은 존중이
내 마음을 살짝 울렸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