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kite)에 걸려 갇히다
비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상황이 일어날 때가
종종 있다.
기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날씨가 좋지 않아
출발과 도착이 지연되기도 한다.
기류가 나빠 서비스를 마치지 못한 채
헐레벌떡 랜딩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오늘 같은 일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나는 지금(7월 5일)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공항에서
무한대기 중이다.
호텔을 나설 땐
예상보다 짧은 비행시간에
모든 크루가 기뻐했다.
(모든 회사원이 그렇듯,
빠른 퇴근만큼 행복한 일도 없으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륙은커녕
손님 탑승도 못 한 채,
비행기 안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기상 악화도 아니고,
테러 위협도 없다.
“꼬리 날개에 연이 걸렸다고 하네요. “
기장님은 이 한마디를 남긴 채 외부 점검을
나갔고 감감무소식이다.
연?
연이요?
면이요?
뭐요?
드론도 함부로 못 들어오는 공항 상공에
연이 걸렸다니요!
우리는 점점 불안에 빠진다.
간단히 떼어내기만 할 줄 알았는데
꼬리 쪽에 정비사님들이 몰려있다.
게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번개도 친다.
자카르타 공항의 정비사들이 모두 모여있는 것
같았는데.. 비가 오니 모두 사라지고 없다!!
오늘, 집에 갈 수 있을까?
서울에 도착은 할 수 있는 걸까?
비행 인생동안
별별 일을 다 겪었지만,
연 때문에 출발 못 한 건 오늘이 처음이다.
와.
비행은 늘 새롭다.
절대 질리지 않는 비행!
또 사랑하게 된다. 하하하.
오늘도 내 비행의 역사에
한 줄 또렷하게 기록해 본다.
알고 보니 이날 오후 12시 자카르타에서
대규모 연날리기 대회가 열렸단다.
(그 시간에는 모든 항공기 이착륙도 금지였댄다.
어이구!)
우리는 결국 1시간 지연 됐고
일찍 퇴근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이륙신호와 동시에
한낮 꿈으로 보내수밖에 없었다는....
행복한 비행 이야기!
안전한 비행이 제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