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쇠가 사라졌다.

어느 날 갑자기...

by Marie Kim



항공사 저마다 상징하는 마크가 있다.

대한항공엔 태극 마크가 있고

아시아나엔 색동 날개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겐 하나 더..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붉은색 심볼이 있었다.



항공기에 새겨진 아시아나 항공의 로고



내가 입사하기 직전

색동 아가씨에서 붉은색 꺽쇠로

심볼이 바뀌었고 나에게 아시아나의

심볼이 뭐냐 물어보면 당연히 꺽쇠라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전 그 모든 심볼이 삭제되기 시작했다.

회사 간판에서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셔틀버스에서

비행기 몸체에서도 지워졌다.

기내에 서비스 용품으로 실리는

종이컵, 면세품 가방, 소금 후추 샤셋까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남기지 않고

모두 가려지고 지워졌다.

회사에서는 명령이 떨어졌다.

스티커를 나눠줄 테니 지급품에 있는

꺽쇠를 모두 가리라는 뜻이었다.



사실 그 꺽쇠는 금호 그룹의 상징이었고

금호 소속에서는 아시아나가

제일 많이 사용했던 심볼이었지만

이제 우리는 그 흔적을 삭제해야 했다.

금호에서 떨어져 나간 아시아나는

어마어마한 개런티(심볼 사용료)를

금호그룹에 지불해야 했고

무엇보다 이제는 한진 소속이니

삭제하는 건 당연했다.



당연했지만 우리는 속상했다.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지급된 스티커를 캐리어 손잡이,

지퍼 손잡이에 붙이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승무원들의 가슴에 달려있던 윙도 전부 바뀌게 됐다.



이제 우리는 한진 소속이다.

달라진 소속에, 없어진 마크.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내 손으로 꺽쇠를 지울 때마다

가슴 한쪽이 묘하게 아릿했다.



그건 단지 로고 하나가 아니었고,

내가 하늘을 처음 날던 그 시절,

내 유니폼에 늘 함께였던 무언가였다.



이제는 꺽쇠가 없다.

그래도 나는 안다.

그 자리에 뭐가 있었는지.

그걸 함께 기억해 줄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

아시아나 항공이 많은 사람들에게

설렘을 안겨주었다는 것,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 주었다는 것,

그 것들을 기억해 줄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힘차게 날고 있는 색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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