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30대지만 쉐어하우스에 산다. 그 쉐어하우스에는 정말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이 함께 기거한다. 일단 그녀들의 면면을 보자.
20살- 대학생
22살-휴학 후 수능 준비, 그러나 공부는 거의 안 하고 영화를 즐겨 봄.
24살-직장인, 고졸, 일찌감치 사회 생활을 시작해 아르바이트로 안 해본 것이 없음. 지금은 방송 통신대를 졸업하고 카드 회사에 취업해서 일하고 있음. 먹을 것을 떨어트리지 않고 냉장고를 그득하게 채워두는 게 취미.
27살-취업준비, 대학 막학기
32살-직장인, 현재 안정적이지만 월급이 적은 재미 없는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만족하고 있음. 이전에는 월급은 많지만 엄청 바쁜 회사를 다녔는데 그 생활이 너무 힘들어 지금의 직장으로 옮겼다고. 욕심이 별로 없으며 지금은 노후 준비를 위해 자격증 취득 준비 중.
33살-임용고시를 준비하며 계약직 교사로 일하는 중.
정말이지 프로필도 나이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들 중 진로 고민이 없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 조차도 진로를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에 계속 다녀도 괜찮은 건지, 이직을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닌지. 현재의 위치에서 누구나 약간의 불만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사는 것이다.
서른이 넘은 우리는, '스무살은 좋겠다, 대학생은 좋겠다, 이십대는 좋겠다,' 라며 막연히 내가 아닌 다른 나이대는 우리보다 가벼운 고민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부러워했었다. 하지만 친구는 여러 연령대의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는 것을.
대화 나누다 보면 대학생은 대학생대로, 재수생은 재수생대로, 취업준비생과 직장인은 또 그 나름대로 진로를 고민 중이다. 나이와 상황은 다 다르지만 각자의 불안함과 고민, 미래에 대한 걱정을 다들 품고 산다. 어느 나이의 고민이 더 가볍다 할 수가 없다. 친구는 자기보다 더 어린 친구들과 살면서, '내가 조금만 더 어렸으면 000 했을텐데'하는 후회를 덜 하게 됐다.
스무살도, 서른살도 현실은 어둡고 미래는 걱정스럽다. 그것이 어쩐지 위안이 되면서도 서글픈 것은 왜일까. 오늘의 나도, 내일의 나도, 과거의 나도 평생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살고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서글픈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