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노동에 대한 상상력

by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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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빌딩은, 빌딩 크기와 입주 기업 수에 비해 엘리베이터(승강기)의 개수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직장들의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은 비슷해서 그 시간마다 엘리베이터 앞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아무리 기다려도 열린 엘리베이터 안에는 사람들이 그득해서 타지 못하고 보내야만 할 때도 많다. 더구나 오늘은 엘리베이터 중 하나가 ‘점검중’이었다. 속으로 ‘에이, 주말이나 이른 시간에 좀 해놓지 왜 하필 월요일 점심시간에 점검중이람?’ 투덜댔다. 이런 불만은 나만 가진 게 아니었는지 엘리베이터를 타자 몇 사람이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하필 왜 월요일 오전에 점검을 해? 주말에 좀 해놓지. 짜증나.”


맞는 말이다. 엘리베이트 4대를 짝수층, 홀수층 이용으로 나누어도 항상 북적대는 고층 빌딩에서, 붐비는 시간에 승강기 하나가 쉬어야 하면 다른 승강기는 더 북적댄다. 그런데 내가 머릿속으로 하고 있던 생각을 다른 이들의 입을 빌어 듣게 되니 잠시 멈칫하게 된다. “주말엔 뭐하고 평일 낮에 점검을 해?” 만약 내가 엘리베이터 점검을 하는 관리업체 사람이었다고 가정해보자. 상사는 늦은 금요일 갑자기 지시한다. “어이~ 모모씨, 평일엔 바쁘니 일요일에 나와서 점검 좀 해놓지 그래?” 나도 주말엔 쉬고 싶다. 주말에 나와서 일한다고 해서 수당을 주거나 휴근대체를 주지도 않는 열악한 직장이라면 더욱 나오기 싫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쌩쌩’ 돌아가려면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인간의 노동 없이 해결되는 게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을 마주할 때 우리는 그 뒤에 ‘타인의 노동’이 집약되어 있을거라는 상상을 하지 못한다. 지하철이 사고없이 다니려면 노선과 기계를 점검하고 고치는 사람들이 있다. 승강기가 고장 없이 오르 내리려면 그걸 점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엘리베이터 관리 업체는 아마도 관리사무소에서 대행을 준 업체일수도 있고 거기 일하는 직원들은 계약직일 수도 있다. 계약서에는 주말 근무나 위험수당에 대해 ‘모두 개인의 책임임’이라고 명시되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이건 모두 상상이다. 개인 편의를 위해서라면 인적이 드문 주말과 새벽에 도로를 정비하고 지하철을 점검하고 승강기 고장을 미리 고쳐놓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사람의 손, 노동이 필요하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은 마음을 가진다면 타인의 노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불평하는 일도 없어질 텐데. 나의 노동이 힘든만큼, 내가 잘 모르는 타인의 노동에 대해서도 상상력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을텐데...라며 역시 승강기 기다리는 일은 지겨워.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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