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혜-노년층의 범죄가 늘고 있어요. 어젠가 봤던 뉴스 중에 일본에서 있었던 사건인데 치매노인이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서 사망사고가 일어났어요 치매 노인이기때문에 무죄를 받았어요. 이런식으로 사회가 이전에 겪지 못했던 범죄들이 늘고 있는데, 그 전에는 못봤던 사이버 범죄같은 기술 범죄도 있지만 평균수명이 늘고 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나이대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특히 한국은 노인빈곤 문제가 너무 심각하잖아요. 실제로 생계가 어렵기 때문에 노인이 소액의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거나, 그런 강력 범죄중에 제가 가장 잊을 수 없었던 것은 늙은 어부가 젊은 커플을 배 위에서 죽인 사건도 있었어요. 우리가 '노약자'라고 부르는, 연로하고 신체적 능력도 약하고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경계심을 낮추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로 강력범죄 비율이 높아지는 건 청소년층이 아니라 나이가 높은 사람들이라는 거죠.
이동진- 한국은 통계가 극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외국과 범죄구성을 비교하면 범죄자 중 연령대 통계를 보면요. 미국은 40대 범죄자가 전체의 14.2프로, 한국은 36.7프로, 미국에서 50대는 8.7프로인데 한국은 20.3프로에요. 60대조차 미국은 2.5프로인데 한국은 8.8프로에요. 3배가 넘잖아요. 왜 한국에서 노령층에서 유달리 범죄가 많은가 하면, 한국이 노령화 사회가 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과 큰 차이가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왜 상대적으로 노령범죄가 많은가 하면 한국에서는 40대가 느끼는 경제적 압박이 엄청나고, 노령층이 되었을때 사회적으로 케어를 받지 못하기 떄문에 절도부터 시작해서, 스트레스로 인한 격정범죄나 폭력이 일어나기 쉬운거죠. 인구 구성의 범죄 통계가 한국 사회의 문제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 거죠.
이다혜- 실제로 범죄소설 작가들의 인터뷰를 읽으면 '범죄야 말로 그 사회를 가장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기준이 된다'라고 해요. 저는 이런 경우가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사회에서 어떤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가를 보면 그 사회가 어떤 곳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겁니다. 해외여행 다니다 보면 신기할 때가 여행다니는 백인 노부부가 굉장히 많아요. 왜 동양인 노부부는 이렇게 여행을 안 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저 분들은 돈이 어디서 나지, 하는 생각도 해요. 더 이상 경제 활동을 안 할 텐데 얘기하면 6개월, 1년 세계 여행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할까 생각을 하는데 연금인거죠. 우리가 연금을 받아서 여행을 다니자, 하는 나라도 있는가 하면 한국은 노인 빈곤 문제가 날씨 추워질 때마다 나오지 않습니까. 구청에서 겨울엔 독거노인한테 난방장치를 줘요. 그런데 그 난방장치가 전기로 쓰는 겁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형편이 어려워서 전기를 못 써요. 방안에 난방장치가 있지만 전기요금 때문에 틀 수가 없는 거에요. 당장에 추위를 피할 수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범죄율이 그 계층에서 치솟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 같아요.
이동진의 빨간책방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방송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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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러다 나중에 늙어서 박스 줍는다.” 친구로부터 이런 소리를 가끔 들었다. 보통 내가 사기를 당하거나, 호구짓을 할 때 그 친구는 친근감을 담아 이렇게 구박을 했다. 그 말 때문이 아니더라도 ‘늙어서 뭐 먹고 살지’는 나에게 엄청난 공포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공포라고 생각한다. 정년이 보장되는 회사도 거의 없고, 지금 연금을 내고 있어도 늙어서 지금 노인들이 받는 만큼 국민연금과 보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아니, 그걸 받는다고 해도 물가 대비하면 먹고 살 수나 있을지. 게다가 나이 들면 젊을 때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돈 ‘병원비’가 엄청나게 든다. 스토리펀딩을 할 때 ‘노인빈곤’ 관련된 기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아침마다 노인들에게 500원을 나눠주는 공원 앞 행사가 있는데 어떤 할머니는 그걸 받으려고 아침마다 경기도에서 지하철을 타고 와서 1시간을 비를 맞고 기다렸다. 그나마도 할머니가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500원을 이익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이리라. 게다가 할아버지보다 할머니들의 빈곤이 더 심각했다. 젊을 때 경제 활동을 했던 할아버지들은 연금이나 부동산 수익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젊을 때 경제활동을 못한 할머니 중에서는 더 심각한 빈곤에 내몰렸다. 연락도 안 되는 자식이라도 있는 경우 복지의 수혜도 받을 수 없었다. 늙어서 빈곤하지 않으려면 월세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을 소유해야 한다. 내가 이사다니며 산 집들은 대부분이 노인이 집주인이었다. 늙어서 매달 자식에게 용돈을 받지 않고도 당당하려면 부동산 수익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국가는 병원 다니고, 여행 다니고, 세 끼 밥을 먹고 집세를 낼 수 있을 만큼의 복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부동산은 육체노동 없이도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다. 나는 아직 노인이 아니지만, 그래서 노인 복지 정책이 청년 정책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달 20만원 시혜하듯 주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게다가 그 20만원을 모든 노인이 받는 것도 아니다. 노년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노인혐오로 연결되지만 그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내몰렸기 때문에 범죄율은 매해 늘어난다. 어떤 의사는 이처럼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치매의 초기 증상이라고도 했다. 인내심을 관장하는 뇌가 고장나는 것이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무례한 노인들을 만난다. 지하철에서 어깨를 툭 치고 미안하다고도 안하고, 버스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내 무릎 위에 자기 짐을 올려놓으며 자리를 요구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심난해진다. 아, 너무 싫어. 할아버지 할머니 너무 싫어. 근데 저 노인들은 어떻게 저렇게 무례해졌을까.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그런데 그럴 수 있을까. 빈곤에 내몰리면 나도 남보다는 내 몫을 챙기느라 정신 없는 무례한 노인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