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런 책을 만나려고 독서를 한다

인문 에세이 후아유 리뷰

by 김송희
사진_씨네21 오계옥


후아유

이향규 지음 창비교육 펴냄


수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쉴 때였다. 모임에서 나를 소개하다 멈칫했다. 나를 기자라고 소개해도 괜찮은 걸까? 이름 앞에 붙던 소속이 사라지자 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졌다. 수많은 ‘나’들은 이렇듯 어딘가에 소속되어 누군가의 무엇으로 호명된다. 엄마의 딸, 어느 초등학교 몇 학년 몇반, 어느 대학의 학생, 회사의 모 대리 등등, 관계맺음으로써 생기는 이름이고 어디에 소속되면서 부여받는 직함이다. 그렇다면 그 모든 나는 누구일까. <후아유>는 영국 남자와 결혼해 두딸을 낳아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한 저자의 이야기이며, 그가 활동가로서 북한이주민, 결혼이주여성을 연구하며 겪었던 체험과 고민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이 책을 단순히 다문화 가정과 소수자들에 대한 성찰이 빛난다, 라고 정리해도 좋겠지만 더 놀라운 지점은 곳곳에서 발견되는 자기반성적인 사례들이다. 서울대 출신의 연구자이자 다정한 친구들과 가족에 둘러싸여 살았던 저자는 영국에서 살때 그동안 나를 설명해주던 모든 것들이 쓸모없어짐을 확인했다. 아무리 주의해도 우리는 사회에서 차별을 받거나 행하는 역할을 하게 되며 손쉬운 구별을 위해 만든 ‘이름짓기’가 곧 차별이 될 수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사회가 편의를 위해 규정한 다문화라는 이름에도 비판적이다. 아이들이 “나는 한국인이야 영국인이야?”라고 물을 때, “너는 유라시아인이야”라고 답해줘야지, 너는 국가가 아니라 더 큰 공동체 속에 있다고 설명해줘야지 생각했던 저자에게 둘째아이가 먼저 “나 알아, 나 다문화야!”라고 학교에서 배운 대로 답했다는 대목에서도 그러한 비판적 시각이 드러난다. 너를 어떻게 대해줬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다문화 아이는 이렇게 답한다. “평범하게요, 나는 특별하지 않아요. 자기들도 외국에 가면 외국인인데, 왜 모르는지 이해가 안 가요.” 이 책을 더 많은 어른이 읽었으면 좋겠다. 차별하고 차별받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나를 보통의 사람이라고 여기는 평범한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책 속 이 문장

누구나 낯선 것을 만나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것을 참고해서 비교하며 파악하려고 한다. 새로운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에 잘 맞으면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잘 안 맞으면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내 생각을 바꾸든가, 새로운 정보를 버리든가. (중략) 나는 이 새로운 ‘것’이 사물이나 정보가 아니라 ‘사람’일 때, 혹은 ‘사람과 관련된 것’일 때 좀더 신중하고, 좀더 성찰하는 태도를 갖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내가 낯선 이를 볼 때 그를 좀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그래야, 낯선 이가 나를 볼 때도 내가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다.(57∼58쪽)


--사족

최근 본 책 중에 여러 모로 가장 나를 흔들었던 책이었다. 다들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하는 말들, 편리함을 위해 짓는 계층이나 무리에 대한 '이름지어짐' 등이 얼마나 차별을 드러낼 수 있는지를 말하는 책. 이런 문장을 읽고 내 안의 견고한 편견을 깨기 위해 우리는 독서라는 행위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사족까지 붙이는 이유는 이 좋은 책을 왜 이런 제목과 표지로 편집했는가 하는 아쉬움을 넘어선 분노(?)때문이다. 아,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는데...이 책의 본질에 대해 잘 설명되어지지 않는 책 이름과 표지 어쩔....책을 다 읽고 나서야 '후아유'라는 제목의 함의를 알 수 있는데, 다 읽은 독자를 위한 제목이 책에 있어서 무슨 소용있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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