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집회의 늙은 무리들을 볼 때나, 팩트는 무시하고 자기 좋을대로 빨갱이 선동 타령이나 하는 택시 아저씨를 만날 때, 무례하게 타인을 가격하고도 먼저 사과할 줄 모르는 할머니를 지하철에서 만날 때. '나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노화는 그 무엇도 장담할 수 없게 한다. 눈이 침침해지고, 관절이 마모되고 치아가 불편하고 몸이 감각을 잃었을 때에 생각도 지금같을 수 있을까. 노화야 말로 상상력 밖의 영역인 것 같다. 몸이 건강을 잃으면 정신도 흐릿할 것 같다. 그나마 다짐하는 것은 계속 마음을 수양하여 내 고통과 가난과 괴로움을 남탓하지 않고 나이 들어서도 현재의 내 위치를 무던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이 되자는 것.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내 기준에 판단해서 과거 타령이나 하며 불평 가득한 인간은 되지 말자는 것. 근데 뭐, 그것도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으려나. (아침엔 버스에서 아주머니가 내 발 위에 자기 짐 내려놓으시고, 저녁땐 촛불 집회 나오는 인간들 다 감옥 쳐넣어야 된다는 택시 아저씨 만난 하루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