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뉴스의 혐오 비즈니스, 가해자는 없다?

댓글 비즈니스, 연예 뉴스의 악성 알고리즘

by 김송희
일러스트 강수정


10월 31일부터 다음(DAUM) 연예뉴스에는 사용자가 댓글을 달 수 없다. 10월 25일 카카오의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예고한 바대로 뉴스 및 검색 서비스의 변동 사항이 빠르게 실행된 것이다. 카카오는 연예 뉴스에 한정해 이러한 개편을 시행하는 이유로 “댓글 서비스를 운영한 것은 건강한 공론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중략)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연예 섹션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고,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최근 안타까운 사건’이란 설리의 죽음을 이르는 것일 테다.


연예 뉴스를 생산해 왔던 인터넷 매체들은 이 사회적 타살의 가해자로 ‘악플’을 점찍어 비난조의 기사를 쏟아냈고, 악성 댓글의 양성소였던 포털은 ‘댓글창’을 잠정 폐쇄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뉴스에 댓글이란 걸 달아본 적도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이 불러온 연쇄 작용 앞에서 의구심이 들었다. 악플을 원천 봉쇄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그동안 넷상에서 이뤄진 모든 혐오 비즈니스의 원흉은 악성 댓글 뿐일까?


한국처럼 포털 사이트의 영향력이 큰 나라에서는 선거와 같은 정치 이벤트나 정국을 뒤흔들만한 뉴스가 있을 때마다 포털 의존도가 높아짐과 함께 감시의 눈초리 또한 매서워진다. 드루킹 사건으로 인해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개편한 것 역시 ‘네이버가 뉴스를 선별하고 여론을 조작한다’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2019년 4월 네이버는 자체 편집하던 홈 상단 뉴스를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도록 권한을 넘겨줬다. 사용자는 ‘구독’을 누른 언론사의 뉴스를 네이버 뉴스 창에서 볼 수 있고, 그 창을 해당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고 운영할 수 있게 운영권을 넘긴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용자는 네이버를 로그인하지 않고 사용하며, 자신이 읽고 싶은 언론사를 선별해 구독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는 알고리즘 기반의 자동 추천 방식으로 뉴스가 보여진다.


AiRS(AI Recommender system, 에어스)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뉴스를 상단에 노출시키는 형식이다. 사실 포털에 서비스 문의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건 인간이 아닌 AI가 운영한다’는 포털의 답변이 얼마나 손쉬운 변명인지 알 것이다. 포털에 기사 상단 노출 기준을 문의하면 담당자들은 “형평성을 위해 에디터가 아닌 기계(AI)가 콘텐츠 노출을 돌린다”고 답한다. ‘AI가 하는 일이니 공정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계는 공정하다 믿는 것부터가 오류다. 기계의 알고리즘을 짜는 것 역시 사람이고, 알고리즘에는 만든 이의 의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발자의 의도란 사용자가 해당 사이트에 더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다.


기욤 샤스로는 유튜브의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의 엔지니어였다. 우리가 영상 하나를 보면 비슷한 것을 끝없이 추천해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드는 유튜브의 그 추천 시스템 말이다. 그는 “알고리즘의 목적은 사용자들이 유튜브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 었다”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계속 유튜브에 머물러야만 광고 수익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술 사회학자이자 빅데이터, 알고리즘 전문가인 제이넵 투펙치는 알고리즘이 광고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한 기업의 목적 아래 설계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사람들에게 극단의 것을 노출시켜 자극하는 식이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투팩치는 당시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 현장 영상을 몇개 찾아봤다. 그 이후 유튜브 계정은 그에게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동영상을 추천하고 자동 재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한 영상의 재생 횟수가 쌓여갈수록 극단적인 KKK의 영상까지 그에게 계속 보여줬고 그는 여기서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발견하게 되었다. “알고리즘이 극단으로 갈수록 사람들은 거기 더 머물러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알고리즘은 설계된 대로 작동한다. 온라인에서 양쪽 진영이 자극적으로 싸울수록 사용자들은 더 오래 그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 사이트에 머문다” 싸움을 부추겨 더 많은 광고수익을 올리는 것이 우리가 ‘공평하다’고 믿어왔던 알고리즘의 정체다.


카이스트 전산학부 김주호 교수 역시 “알고리즘은 컴퓨터의 기계적 동작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리즘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거기에는 잠재적 편견과 고정관념이 담길 수 있고 만드는 사람의 의도와 방향이 담길 수 있다.”(SBS D FORUM 2019)고 설명한다.


네이버가 뉴스편집을 AI와 각 언론사에게 맡긴 후로부터 6개월. 개편 이후 사용자들은 10명 중 7명이 언론사 구독을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다양한 뉴스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사용자가 하나의 사안에 대해 여러 관점의 뉴스를 찾아 읽어야만 하는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개편이었지만 알다시피 누구도 그렇게까지 뉴스를 찾아 읽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사들의 트래픽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살아남기 위해 제목도 주제도 더 자극적으로 뽑는 경향이 심화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악플을 어디에 달았을까. 무엇도 없는 텅 빈 공간에 댓글을 쓸 수는 없다. 댓글은 인터넷 뉴스 하단에 달린다. 연예인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과장하고 물음표만 달아 뉴스라는 이름으로 쏟아냈던 언론사의 기사 하단에 사람들은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피해자가 발생하자 인터넷 뉴스 매체들은 악플 탓만을 해대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들이 과거에 트래픽 유도를 위해 쏟아냈던 기사는 발 빠르게 삭제하면서 말이다.


카카오의 뉴스 개편 이전 네이버는 10월 28일 이미 검색어를 일부 개편했다. 검색어 차트를 '내 연령대'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것을 기준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는 언제부턴가 광고판이 되어버려서 오늘 핫딜을 하는 커머스, 광고 행사를 하는 브랜드의 이름이 상단에 노출되고 있었고 정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양쪽 진영에서 문구를 만들어 실검에 올리는 식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에 네이버는 연령대로 실검 차트를 만들겠다고 대응한 것이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 검색과 동영상 개편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2020년에는 본격적으로 푸드, 골프, 뷰티 등 검색에서 ‘하우투(HOW TO)’ 영상을 보여줄 것”이라며 향후 “인플루언서 검색을 통해 창작자들이 네이버에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들이 영상을 소비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브처럼 네이버 역시 인플루언서를 키우겠다고 선언한 셈인데 검색어를 넣으면 인플루언서가 상단에 노출되고 팬이 많은 인플루언서일수록 고품질의 광고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현재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급 인플루언서들을 네이버로 적극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 역시 동영상 서비스 ‘워치’를 런칭 후 영상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카카오든 네이버든 건강한 공론장을 만드는 것보다는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터넷 뉴스 매체에게 중요한 것이 트래픽 장사이듯 SNS와 포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도 영업 이익이다. 내년도 운영 방식에 대한 각 SNS와 포털들의 개편안들은 모두 속내를 들여다 보면 ‘유튜브 타도’를 외치고 있다.


나일론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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