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들의 번아웃 호소?

사실은 여전히 매일 업데이트 된다...

by 김송희
SS.JPG 일러스트 강수정


나도 유튜브 한번 해볼까, 친구들 3,4명만 모이면 나오는 얘기다. 누구나 자기만의 장기는 있기 마련이라, 요리가 취미인 친구는 쿡방을, 일러스트레이터 친구는 그림 그리기 영상을, 주식 투자가 취미인 친구는 주식 유튜브를, 영화 기자인 친구는 영화 소개 유튜브를 해보면 어떨까, 다들 아이디어만 내놓는다. 우리 직업에 미래는 없어, 유튜브 해야 해, 라고 빤한 결론을 내리는 자리가 파한 후 그 중 유튜브를 진짜로 시작한 사람은 당연히 한명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그 중 기혼 여성인 친구 하나는 요즘 기혼 여성 커뮤니티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글이 '남편이 직장 그만두고 전업 유튜버로 나선다'는 글이라고 한다. 직장을 다니며 제2의 직업으로 유튜브를 시작하는 것은 나름 생산성 있어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해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이 전업 유튜버들의 주장이다.

뭐든지 성공하려면 그것 하나에 오롯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데, 하물며 레드오션이다못해 레디스트오션인 유튜브에서는 모든 노동력(영상)이 숫자(조회수)로 환산되고 이는 또 노동자의 페이(유튜브 수익금)와 직결된다.


이처럼 매 주 영상을 제작하느라 쉴 수가 없는 유튜버들이 번아웃을 호소한다는 기사와 함께 유튜브 CEO 수전 워치츠키까지 나서서 "유튜버 여러분 이제 걱정 말고 쉬세요"라고 블로그에 글을 남겨 외신에 보도되기도 했다. 유튜브의 번영에 기여한 1세대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나는 너무 지쳤다. 잠시 유튜브를 떠나겠다"며 구독자들에게 이별의 영상을 남겼고, 구독자 1억 명을 지닌 유튜브 퓨디파이와 구독자 1천만을 가진 돌란 형제 역시 매주 영상을 올리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구독자들에게 영상으로 알렸다. 자, 이렇게 인기 있는 유튜버들이 연달아 번아웃을 호소하며 활동 중단 혹은 휴재 영상을 올리자 월스트리트 저널, CNN비즈니스 등의 외신들은 유튜버들의 번아웃 증후군이 거대 기업 유튜브의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며, 유튜브가 이들의 멘탈 관리를 위해 경쟁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페이지뷰를 올리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외신들의 기사를 한국의 통신사와 유수의 매체들이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번아웃을 호소하며 잠정 휴업을 선언한 대표적인 유튜버 퓨디파이의 유튜브에 한번만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는 휴업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매일 하나씩의 영상을 왕성하게 제작하고 업데이트 하고 있다. 아무리 부지런한 유튜버라도 일주일에 두 세개 이상의 영상을 제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퓨디파이는 매일 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구독자를 확장해온 유튜버이고 '나는 지쳤다 좀 쉬고 오겠다'고 영상을 올린 이후에도 그 말이 무색하게 매일 부지런히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팬 커뮤니티의 글을 읽거나 게임이나 유튜브 뉴스를 리뷰하는 영상을 제작하기 때문에 1일 1개 업데이트가 가능했던 퓨디파이에게는 '번아웃 호소' 조차도 하나의 컨텐츠로 활용된 셈이다. 퓨디파이는 이전에도 구독자 몇명을 도달하면 채널을 없앤다는 내용이나, 악플을 달고 자신에 대한 루머를 생산하는 이들때문에 힘들다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게임과 뉴스 리뷰어인 그에게는 자기 자신조차도 하나의 실험 대상인 셈이다.


그렇다면 번아웃을 호소한 유명 유튜버 중 하나로 소개된 돌런 형제는 어떠할까. 돌란 형제 역시 매주 하나씩의 영상을 여전히 꾸준히 올리고 있다. 10대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여행과 일상 브이로그를 제작해온 이 형제 역시 5년 간 매주 1~2개 이상의 영상을 업데이트 해왔는데, 번아웃 호소가 아예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좀 쉬고 싶다'고 공개 선언한 후 2주일에 1개 꼴로 업데이트 주기가 느슨해지긴 했다. 이들보다 먼저 유튜브 번아웃을 호소하고,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 속 내가 진짜 내가 맞는지 고민이라고 고백한 인플루언서는 크랩스틱스이다. 2015년부터 이미 '나는 누구? 이건 무엇?'이라는 영상을 올려 내가 올리는 브이로그 속 나는 진짜 내가 아니고 구독자들이 좋아하는 내 모습을 연기하는 캐릭터에 가깝다는 고민을 토로했던 그는 한달에서 두달 가량 휴식을 가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유튜버의 구독자수와 조회수에 얽매이다 보면 쉬지 못하고 계속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공장이 될 뿐 아니라 진짜 나를 잃어버리게 되고 구독자들이 좋아하는 나를 연기하게 된다는 더 깊이 있는 고민까지 했던 유튜버는 실제로 주기적인 휴식을 통해 진짜 나와 유튜브 속 나의 경계를 지워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800만 구독자를 지닌 알리샤 마리는 유튜브 숫자에 얽매이다 보니 더이상 크리에이티브할 수 없고, 더 이상 내 영상을 사랑할 수 없어서 작별을 고한다고 영상 속에서 우울증을 고백하며 울었다. 그녀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거라고 밝혔는데, 그녀가 우울해진 이유는 스스로 자신의 영상이 더이상 창의적이지 않고 너무 소진되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데서 온 것이기도 했다. 직장인들이 주어진 일을 짧은 시간 안에 해내야 하는 노동력 소진에서 번아웃을 호소한다면 유튜버들이 소진하는 것은 자신의 노동력과 사생활, 그리고 창의력인 셈이다. 더 재미있는 것, 새로운 것, 남들이 안 하는 것, 구독자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그들을 괴롭게 만든다.


유튜버들의 번아웃 증후군을 다룬 뉴스가 국내에도 소개된 후 거기 달리는 댓글들은 유튜버들을 바라보는 한국 대중의 시각을 알려준다. 번아웃이 되어서 힘들다고 호소한 유명 유튜버들의 글에는 '누가 강제로 시켰냐 좋아서 해놓고 왜 징징대냐' '회사에서 시킨 것도 아니고 프리랜서 아닌가' '그만큼 돈도 많이 벌지 않았냐'는 비아냥조의 비판들이 가득하다. 구독자가 천만에서 1억명에 이르는, 매달 수억의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부자 유튜버들의 '번아웃 호소'는 '남들 잘 때 일해야 성공한다'는 꿀벌의 나라 한국에서는 그저 징징거림에 불과한 것이다.


나일론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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