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는 이상한 기능이 있다. 5년 전 오늘, 3년 전 오늘, 1년 전 오늘 등등. 몇 년 전 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같은 날 보여준다. 이 기능을 없애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난 그걸 어떻게 하는 지 모른다. 아침 출근 길에 무심코 열어본 페북에서 '3년 전 나의 기록'을 갑자기 마주하면, 엄청 부끄럽거나 씁쓸하거나 그립거나 기분 나쁘거나 좋거나. 하여간 평온했던 감정에 작은 물결이 인다.
3년 전 오늘, 뉴욕이나 뭐 어디 좋은 데 해외 여행이라도 갔던 날이라면 그 날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여행이 고파진다. 혹은 '아니, 이런 낯부끄러운 걸, 남들 다 보는데 올렸단 말이야' 싶은 바보같은 글도 있다.
오늘은 소오름 돋는 평행이론 글이 3년 전 기록으로 올라왔다. '밤새 목욕탕집 남자들을 보느라 밤을 샜는데, 작은 엄마로 나오는 윤여정이 너무 수다쟁이이고 김희선은 그때도 이뻤고, 김호진은 지금 나오면 더 잘될 것 같은 얼굴'이라는 내용. 아, 3년 전이면 어리지도 않았구만. 90년대 드라마를 보느라 밤샌 이야기를 뭐 자랑이라고 SNS에 주절주절 늘어놨지?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내가 어젯밤 <엄마가 뿔났다>를 보다 잤다는 것이다. 하아, 나란 인간은 3년 동안 발전이 없는 것인가. 밤에 드라마 보다 자는 것이야 평생 해온 일이라고 쳐도,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김수현 드라마를 보다 잔다는 게 한 인간의 변하지 않는 취향을 보여준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혼자 밤에 드라마나 보다가 잠들고, 그 장르 역시 대사 많은 '같은 작가'의 가족 드라마라니. 나란 인간은 얼마나 발전이 없는 것인가! 괴로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