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과 함께하는 남쪽 나라 여행기(8.1~8.3)
"거길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지리산 자전거 여행을 가 볼 예정이라고 말하자 모두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그러게요, 왜 하필 지리산이었을까요?
당시 한반도에 기록적 장마가 내리고 있을 무렵, 8월 1일부터 3일까지 중부 지방에만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남쪽으로 가서 자전거를 타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지역을 알아보던 중 예전에 유튜브에서 지리산의 고개인 오도재, 지안재를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이 든 것이 '지리산의 다른 고개는 뭐가 있을까? 였고, 찾아보니 굉장히 절경인 곳들이 많더군요. 더 볼 것도 없다고 판단한 저는 8월 1일 저녁 표를 예매하기로 했습니다. 지리산은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세 개의 도에 걸쳐 있지요. 그 중 지리산으로 가는 가장 큰 도시가 남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원으로 가는 표를 예매하려고 하였으나... 시간이 굉장히 애매했습니다. 남원과 가까운 도시를 찾아보던 중, 광주로 가는 버스가 굉장히 많음을 깨달았고 내친 김에 광주에서 남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결정합니다!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싣다.
계획을 했으면 실행을 해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일 저녁 7시 50분 차를 예매한 후 고속터미널에서 광주로 가는 버스에 몸과 자전거를 실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니 답답하더군요. 하지만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타는지라 굉장히 설레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휴게소에 한 번 들르고, 긴 여행 내내 자다 깨다를 반복한 후 마침내 광주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멀군요 ~ ㅠㅠ
원래는 심야 라이딩을 계획, 남원에서 광주까지 밤에 자전거를 타고 가려고 했으나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안전을 위해 하루 자고 다음날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하룻밤에 3만원에 잘 수 있는 숙소가 근처에 있더군요. 아주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자전거와 제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광주에서 남원으로!
다음 날 아침, 원래는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출발 예정이었으나 저의 게으름으로 인해 일곱시 반이나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8월 초의 햇볕은 정말 뜨겁고도 뜨겁군요. 간단하게 근처 순대국밥 음식점에서 아침을 챙겨 먹고 남원으로 출발! 하고 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잠시 한눈을 팔며 방심한 사이 자전거가 기우뚱 하면서 옆쪽 보행자 펜스를 충격하고 핸들이 돌아간 것이죠.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당장 수리를 해야 하는데 이른 아침이라 자전거 가게가 문을 다 닫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10시까지 대기한 후 자전거를 수리하고 출발! 하려고 하는데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쏟아지더군요 ㅠㅠ. 20분 정도의 소나기였지만 제 멘탈과 육체를 무너뜨리는 데는 아주 충분했습니다. 원래 일정은 당일 지리산에 도착해서 정령치라는 고개를 오르는 것이었지만, 계획을 바꿔 남원까지 도착만 하는 것으로 목표를 낮추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남원으로 출발합니다. 시간은 오후 12시경. 새벽 공기에 힘을 감추고 있던 태양이 드디어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숨이 턱 막히는 뜨거운 바람이 불었고, 달아오른 아스팔트에서는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저 앞으로는 신기루와 아지랑이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비로 자전거를 못 타고 있던 제게는 그런 것은 어려움으로 다가오지 않았지요. 물론 첫 한시간만 말이죠..^^
남원으로 가는 길에, 곡성이라는 지역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영화 '곡성' 보셨나요? 저는 그 영화가 지닌 기괴한 분위기와 싸한 느낌이 겹쳐서 곡성이라는 지역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 있었는데, 막상 가 보니 정말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논과 밭이 있고, 그 사이에 옹기 종기 모여있는 마을들. 그 사이로 나 있는 작은 도로를 따라 신나게 달렸습니다. 차도 없고, 구불구불 펼쳐져 있는 길이 재미있기도 하네요. 하지만 8월 초 한여름의 불볕 더위는 제 체력을 빠르게 고갈시켰고, 더위에 너무 지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핸드폰 배터리마저 떨어져 가고 있었지요.
그 때 쯤 나타나준 마을 카페! 커피와 여러 건강차들을 팔고 있었는데요, 카페 사장님께서 굉장히 친절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자전거를 타고 힘이 빠져 축 늘어져 있으니 이것 저것 물어보셨습니다. 어디서 왔냐, 이 더위에 힘들지 않느냐, 어디로 가느냐 등등.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하고 시원한 아이스티를 마시고 사장님께서 챙겨 주신 얼음이 가득 담긴 소금물을 가지고 다시 남원으로 떠납니다. 마음은 해가 지고 움직이고 싶었지만... 빨리 남원에 가야 맛있는 음식점도 있고 몸을 뉘일 숙소도 있지요.
뜨거운 햇빛을 뚫고 울창한 나무 숲을 지나니 드디어 표지판에 '남원'이라는 반가운 글자가 나타났습니다. 남원은 춘향이의 고을이라고 하더군요. 남원 시내로 향하는 도중 지리산과 관련된 표지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 남원과 가까운 지리산의 고개는 '정령치'와 '성삼재'인데, 둘 다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고개입니다. 원래 계획은 두 고개를 한 번에 넘는 것이었으나 아침에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다행입니다.
남원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은 지쳐 있었고 무엇을 하기에는 참으로 애매한 시간. 그래서 숙소에 일찍 들어가서 자고 일어난 후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불볕 더위에 그을린 몸을 뉘이고 나니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스르륵 잠들고 말았지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눈을 떠 보니 이미 밖은 캄캄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넘은 시간. 간단하게 저녁을 챙겨 먹고, 다음 날 새벽에 나가기 위해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낮에 잠만 자서 잠이 안 오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한 지 10여분 만에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지요. 참 고단한 하루였나 봅니다.
자덕, 지리산으로 출발하다.
눈을 떴을 땐 새벽 4시 20분. 어제 불타는 태양 아래에서 몸을 한껏 그을린 경험이 있는 저는 되도록 해가 없을 때 움직이고 싶었습니다. 대충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와 보니 어두컴컴한 도시에는 정말 아무도 없더군요. 네비게이션에 의존해 페달을 조금만 밟으니 금새 남원 시내를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컴컴한 국도를 라이트 불빛 하나에 의존해 달리고 있으니 운치있기도 하고 약간은 무섭기도 했네요.
고요함을 즐기는 것도 잠시, 바로 커다란 언덕이 하나 나타납니다. 지리산 기준으로는 작은 언덕이지만 그냥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절대로 쉽지 않은 여원재입니다. 정상이 해발 480m정도로 서울의 북악산(300m 정도)보다 훨씬 높지요. 하지만 지리산에 왔다는 설렘이 아직은 힘듬보다 더 크던 때라서 기분좋게 올라갑니다. 특이하게도 여원재 정상에는 마을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산 위에 있는 마을이라니, 분위기 있고 좋네요. 마을 사이를 헤쳐서 지리산을 오르기 위해 계속 페달을 밟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오도재가 있는 함양군에 도착했군요.
지리산 제 1관문, 오도재에 오르다.
함양군 표지판을 지나서 긴 내리막을 내려온 후,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우회전을 하자 마자 웬 거대한 언덕이 하나 나옵니다. 도대체 뜬금없이 이게 뭐지? 라고 당황하고 있던 차에 '지안재'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이는군요. 지리산 첫 번째 난관을 이렇게 뜬금없이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안재는 꼬불꼬불한 언덕길이 특징입니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니 언덕길을 오를 생각에 숨이 막히기 보다는 마치 동화에 나올 법한 산 같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화나라 비주얼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저는 다른 것에 더욱 더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살인적인 경사도였는데요. 일반적으로 경사도가 3~4%정도만 되어도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지 않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6~7%정도면 본격적으로 언덕을 오르는 느낌이 나고 10%가 넘어가면 페달을 굴릴 수 없을 정도로 자전거가 무거워지죠. 지안재를 오를 때 제 속도계에 표시되는 경사도는 15~16%를 넘나들고 있었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에 고통이 한계치까지 올라올 때 쯤 지안재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불볕더위가 시작하기 전에 여정을 끝내야된다는 마음에 저는 쉬지 않고 다음 목적지인 오도재로 향하게 됩니다.
아주 잠깐 동안 지안재의 내리막을 내려온 후 아까와 비슷한 정도의 오르막이 나타났는데요. 이 오르막을 언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 정도면 산 아닌가요? 곧게 뻗은 오르막이 마치 절벽처럼 느껴집니다. 이 오르막이 지리산의 제 1 관문이라고 불리는 '오도재'입니다. 지안재에서 힘을 쥐어 짜내 올라온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었는데요. 도대체 이 오르막, 언제쯤 끝나는 걸까요? 여원재와 지안재를 올라갈 때는 끊임없이 혼잣말로 자기암시를 걸며 올라갔는데요, 오도재를 오를 때는 입을 움직일 힘 조차 없을 정도로 오르막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간간히 지나가는 차들이 창문을 열고 '화이팅'을 외쳐주기도 했는데요. 같이 화이팅을 외쳐주고 싶었지만 성대 근육에도 힘이 없어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네요.
의식조차 희미해져갈 때 쯤 저 멀리 무슨 문 같은게 보였습니다. 마지막 힘을 쥐어 짜 오르고 나니 그 곳이 오도재 정상이었습니다. 첫 5분간은 길가에 자전거를 던져 놓고 아무렇게나 퍼져 있었지요. 그 후 뿌듯함과 성취감이 밀려 올라왔습니다. 이 성취감과 뿌듯함이 제가 언덕을 오르는 이유인가봅니다.
정신을 조금 차린 후, 오도재 정상에서 제가 올라온 길을 보고 있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온통 초록빛으로 뒤덮인 산 사이로 회색 도로가 굽이쳐 올라오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멋지더군요. 흰색, 회색 구름이 넓게 펼쳐져 아침 햇살을 살짝 가려주어 참 시원했습니다. 구름 사이로 군데 군데 새어나오는 햇살은 지금껏 제가 올라온 길을 따스하게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오도재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면 휴게소가 하나 있습니다. 거기에서 아침으로 산채비빔밥을 든든하게 먹었는데요, 그렇게 꿀맛일 수가 있을까요. 늘어져서 푹 쉬고 싶었지만 아직도 절반 정도의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밥을 먹고 약간의 스트레칭 후 다음 목적지로 출발합니다. 오도재도 넘었는데 무슨 고개를 못 넘을까요?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시원한 여름 휴양지, 뱀사골을 지나다.
오도재는 경상남도 함양에 있지요. 이제 다시 남원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나야 하는 곳이 두 곳이 있습니다. 하나는 뱀사골이고, 하나는 정령치이지요. 뱀사골은 약 1~2%정도의 오르막이 아주 길게 이어지는 계곡이었습니다. 약 20km정도를 끊임없이 올라가야 하는 상당히 긴 구간이었지요. 뱀사골 도로를 지나다 보니 옆으로 계곡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시원한 물 소리를 들으니 저도 덩달아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오르막으로 인해 꽤 지친 상태였지만 경쾌한 물 소리를 들으며 꾸준히 페달을 밟으니 의외로 빠른 속도로 뱀사골을 통과할 수 있었지요. 오토 캠핑장도 있고, 계곡을 휴양지로 꾸며 놓은 곳도 있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은 거의 없군요. 어쩌다 한 두 분씩 자전거를 탄 분을 볼 때면 서로 반가움에 인사를 했습니다. "안전 라이딩 하세요!"
남원으로 복귀하여 집에 가려면 넘어야 하는 고개인 정령치를 넘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고 또 밟았습니다. 양 옆의 산과 계곡도 20km 내내 약한 오르막을 오르면서 보고 있으니 조금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여름 휴양을 하러 꼭 지리산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군요. 물론 그 때는 자전거 말고 자동차를 타고 오겠지만 말이지요. 계속해서 페달을 밟다 보니 어느 새 정령치 입구에 도달했습니다.
자덕, 정령치 정상에 서다.
집에 가기 위해서 넘어야 하는 마지막 고개가 남았습니다. 몸은 이미 많이 지쳤지만, 여기만 넘으면 드디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설렜지요. 표지판을 따라서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자마자 경사도가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뱀사골의 경사도는 1~3% 수준이었다면 우회전 하자마자 만난 언덕은 6~8% 수준으로 경사도가 급작스럽게 올라가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지안재, 오도재에서 15~20% 경사도에 매우 고통받았던 터라 이 정도 경사도는 천사처럼 느껴졌습니다. 비록 다리에 힘은 없었지만 신바람을 내며 언덕을 올랐습니다.
그렇게 신을 낸지 약 10분도 안 된 시간. 저 멀리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가까이 가서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평균경사도 15% 표지판이 저를 비웃듯이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그 지점을 시작으로 경사도가 급작스럽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온 몸을 쥐어 짜 내며 커브길을 돈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절벽 같은 도로를 보고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좌절감과 이대로 계속 올라가면 죽겠다는 생각, 지리산 도로 중턱에서 탈진으로 사망한 김 모 씨가 뉴스에 나오는 상상 등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어차피 남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령치를 넘어야 하고, 돌아가는 길이 더 멀고 험했기 때문이지요. 그 때 부터 오르막길과의 지옥의 사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제 속도계에는 경사도 15%~20%가 계속해서 표시되고 있었고 커브길을 돌 때 마다 아까와 똑같은 절벽 같은 오르막이 다시 펼쳐졌습니다. 자전거의 속도는 시속 6km정도. 이 쯤 되면 걸어가는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자전거에서 내렸다가 탈 자신이 도저히 없었기 때문에 내리지도 못하고 그저 이 지옥이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었지요. 도저히 못하겠어서 그냥 옆으로 누우려는 그 순간 정령치 정상이 보였습니다.
거의 40분 넘게 이를 악물고 올라온 고통을 단 몇 초만에 날려버릴 정도로 숨막히는 풍경이 제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세워 놓고 초죽음이 된 표정으로 경치를 감상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분들이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어디서 올라왔나, 진짜로 자전거 타고 온거 맞나 등등 저를 격려하는 말씀을 많이 해 주시더군요. 어느 친절한 아저씨 한 분은 정령치 표지판 옆에 서 보라고 말씀하신 뒤 사진까지 찍어 주셨습니다. 제가 한 거라곤 울면서 언덕을 올라온 것이 다인데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힘이 났습니다.
다시 남원, 그리고 서울로
정령치의 내리막은 오르막과는 또 다른 힘듬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급커브길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경사도가 매우 급해서 조금만 자전거 조작을 잘못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최대한 집중해서 속력을 줄이고 안전하게 내려왔습니다. 남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약한 내리막이 이어지고 있어서 정말 신바람을 내면서 달려왔네요.
남원에 도착하는 그 길로 터미널에 가서 서울행 버스에 몸을 던졌습니다. 2박 3일, 짧지만 강렬한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버스에 몸을 싣는 순간 고통은 모두 날아가고 아름다웠던 풍경만 머릿속에 남는군요. 사실 자전거를 타기 전 까지는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우리나라에 무슨 산이 좋은지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도대체 왜 지리산을 2박 3일씩이나 산행하는지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지리산의 장엄한 풍경과 모든 것을 조용히 품어주는 든든한 느낌을 받고 왜 사람들이 지리산을 이토록 사랑하는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지요. 2박 3일은 지리산의 매력을 전부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무더운 여름, 몸도 마음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웅장하고 장엄한 풍경에 압도되고 싶으시다면 꼭 지리산에 올라 보세요. 하지만 각오는 단단히 하셔야 할 거에요! by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