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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훨훨날자 May 02. 2024

나는 다이버다.

하늘을 날던 훨훨날자 바다로 가다.

서울로 왕복 4시간을 출근하는 직장인 8년 차였을 때였다. UX UI 디자이너로서 플랫폼의 고도화를 위한 고객과의 치열한 회의와 언쟁으로 몹시 지친 퇴근길 핸드폰 화면에 들어온 문구 하나.《이카루스 무인도 탐험대》 다음날 출근해서 바로 검색했다. 추석 연휴를 이용한 필리핀 팔라완으로 떠나는 무인도 탐험. 호캉스도 휴양지도 아닌 무인도라. 돈 내고 고생하러 간다니 미쳤다며 동료가 한마디 한다. 망설임도 잠시 바로 결제하고 일단 휴가 신청을 냈다. 항상 치열한 IT 개발업이기에 떠나는 날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다행히 무사히 디자인을 개발자에 넘겼다. 이윽고 도착한 필리핀의 어는 섬. 어린 날의 꿈 무인도는 환상이었다. 파란 에메랄드빛 바다. 바닷속을 훨훨 나는 거북이. 밤하늘의 반딧불. 산호 조각에 부서지는 반짝이는 파도 모든 것이 꿈같았다. 그 후유증으로 서울 왕복 출퇴근을 10년 만에 과감히 끝내고 나는 다이버가 되었다. 지금은 다이빙 비용을 버는 정도의 월급에 만족한다. 서울이 아니라서 그런지 수입도 줄고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성취감은 줄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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