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좋아하지만 물공포증이 있다. 출렁이는 파도를 내려다보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물색에 심장이 요동을 친다. 신속히 자세를 잡고 뛰어들어야 하지만 두발은 접착제를 바른 듯 찰싹 붙어 꿈적을 안 한다. 찰나가 영원 같다. 심호흡을 하며 수평선 끝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예전 자유롭게 하늘을 비행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이제 나는 숨도 쉴 수 없는 무중력 바닷속을 날기 위해 새하얀 요트 위에 우뚝 서 있다. 파도에 둥둥 떠 있는 다이버들의 응원의 함성에 힘을 얻어 풍덩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상 없음 수신호를 보내고 잠수를 한다. 아래로 아래로 하강하는 나를 반기는 물고기 떼를 황홀하게 바라보며 어느새 나는 바닷속 거대한 산맥을 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