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의 여행
이번 평창올림픽에 참가했던 미국 스키 대표선수가 경기도 시흥에 있는 강아지 농장에서 식용견을 입양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실 입양(adopt)이 아닌 구출(save)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 강아지는 이제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겠지? 아직도 반려동물이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 재산으로 취급되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고 험난하다.
현재 반려동물 인구 1000만 명 시대에 관련 경제 규모도 2조 원을 훌쩍 넘었다. 내 주위에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어제 나는 아내로부터 우리 리우가 5살이 되는 시점에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한다는 구두약속을 녹취당했다.
2016년 초에 사내 워크숍에서 우리 조는 “펫 호텔(Pet Hotel)”에 대한 PT를 했었다. 분명 항공사도 펫코노미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이것은 ‘사내’ 워크숍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도 기재 분석이나 할걸 그랬나 싶었다. 팀장님 이상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아마 ‘무슨, 개 이야기 인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나 –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건 알겠지만 – 아이디어란게 본디 그런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 가 필요하다. 우리 Pet Hotel의 아이디어에 만점을 주셨다는 H 팀장님의 Pep Talk (기운을 주는 말)가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다.
항공사와 반려동물의 관계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2017년 5월 26일, 대한항공은 ‘반려동물과의 여행, Skypets’라는 새로운 특화 서비스를 론칭했다. 물론 이전에도 반려동물과의 항공 여행은 가능했다. 단지 딱딱한 규정들에 달달한 스토리를 더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단지'가 때를 만나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태어난다.
반려동물과 함께 비행기를 탈 경우 소형견은 케이지를 이용하여 기내 동반이 가능하나, 대형견의 경우 화물칸에 탑승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항공사 운임체계에 따라 정액제 또는 종량제(반려동물의 무게)로 비용이 발생한다.
반려동물도 소중한 고객으로 생각하는 포지셔닝은 이제 대한항공이 가져갔다. 설령 우리가 반려동물과 관련된 다른 아이디어를 낸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만의 특화된 서비스로 선점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다. 이제 다른 항공사들도 언제나처럼 잇달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다.
참! 반려동물도 이제 소중한 고객이 되었으니 몸값도 좀 올라야 하지 않을까? 대한항공은 서비스 론칭 2달 전, 반려동물 탑재 운임체계를 변경했다. 반려동물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이전보다 저렴해지거나, 비싸지는 운임 구간이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일일이 계산기를 두드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고달프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미국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 항공사도 있다. 미국의 Pet Airways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Pet Airways. Where pets fly in the main cabin, NEVER in cargo! (Pet Airways. 반려동물은 객실에 탑승합니다. 화물칸은 NO!)
그런데 기내로 동반하는 반려동물에 대해 추가 좌석을 제공하지도 않는데, 소정의 추가 요금을 따로 받는 명분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무료 기내 반입 가방 대신에 그것보다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간다고 해도 추가 운임을 지급해야 한다. 기내 반입 허용 가능 물품 이외의 “물품”이라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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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koreanair.com/1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