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최대 조업사의 퇴출
보라카이 섬의 폐쇄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보라카이 섬의 환경 정화를 위해서 지난 4월 26일부터 6개월간 섬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그 여파로 진에어, 에어서울의 '인천-칼리보' 노선이 운휴에 들어갔습니다. 갑작스러운 운휴로 피해를 본 여행객들도 상당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두테르테의 공약들을 보면 정말 급진적이고 강력합니다.
'귀사는 더 이상 세부공항에서 지상조업 업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세부공항은 Miascor라는 지상조업사가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과 계약을 맺어 공항 수속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연 항공사들은 Miascor와 계약을 유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세부공항의 최대 조업사가 퇴출 위기에 빠진 것입니다.
지난 2월 22일 세부공항을 관리하는 GMCAC (GMR-Megawide Cebu Airport Corp., 세부공항 관리회사)는 Miascor와의 계약관계를 철회한다고 AOC(Airline Operators Committee, 항공사 운영위원회)에 통보했습니다. Miascor는 90일 이내 세부 공항에서 철수하고, 항공사는 GMCAC가 인정하는 새로운 조업사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세부 공항에서 항공사 업무를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큰 회사가 왜 퇴출일까요? 이유는 손님의 위탁수하물에서 도난사건(Pilferage)이 발생했고, 그런 이유로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 항공 교통국에 퇴출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목적'의 정당성이 절차를 무시한 잘못된 '수단'까지 정당화 시킬수는 없지 않을까요.
** 최근 도난 사례
Clark 공항 : 위탁수하물 금전 도난 사건 발생 (2018년 1월 3일)
Manila 공항 : 대사관 부인 귀중품 분실 사례 발생 (2018년)
사실 국가에 따라 편차가 심하지만 위탁수하물에 대한 도난 사건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닙니다. (물론 한국의 공항은 상당히 깨끗합니다.) 대통령 말 한마디면 회사 하나가 공중분해가 되니, 우리의 5공시절과 다름이 없습니다.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어두운 뒷거래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듭니다.
Miascor의 담당자는 현재 법률대리인을 통해 정부와 해당 내용을 협의중이라고 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습니다. 2년전에 함께 광안리에서 즐거운 시간도 보냈었는데, 이렇게 좋은 인연이 사라집니다.
세부 최대의 조업사가 빠지니, 후발 주자들이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몇개의 RFP (Request For Proposal, 제안 요청서)를 검토하고, 부랴부랴 세부로 날아가서 새로운 업체들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미팅도 하고, GSE (Ground Support Equipment, 지상조업장비) Survey도 진행했습니다.
미팅을 가졌던 업체 모두 마음에 듭니다. 이곳 공항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어찌 그리 잘 웃고 표정이 밝은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점장님으로부터 길을 가다가 돈 10만원(?)에 소음총으로 소리없이 청부살인을 당할수도 있다는 팁을 들으니, 마냥 웃을수 만은 없었습니다.
고심 끝에 업체 선정을 마쳤습니다. 조업사 변경 과정에서 적절한 협상으로 조업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였지만, transition(업무이관)이 잘 될지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사실 지상장비(GSE) 지원이 원활하지 않을까봐 많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필리핀의 공항들은 조업사간에 장비를 pooling(공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밖으로 빠지는 이야기지만, 지난 김해신공항 자문회의에서 KAS (Korea Airport Service, 한국공항)의 자문 위원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제한된 공항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우리도 조업사간 장비 pooling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세부지점은 5월에는 조업사가 새롭게 바뀌고, 6월에는 새로운 터미널(T2)로 이사를 갑니다. 새로운 터미널이 개장되는 시점에 부산에서는 일본으로 올해 첫 신규 정기노선을 취항합니다. 그리고 그 즈음 일이 잘 풀린다면 몽골도 잽싸게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바쁘게 일어나는 그 순간에 저의 2세가 태어 나니, 6월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달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