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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Apr 01. 2020

일상과 비일상의 사이

나 자신이 중심인 일상을 찾아서

개인의 비일상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우리를 힘들게 했던 건, 비일상적인 시간들이었다. 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일상적이지 않았고, 주말을 주말답게 보내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그러다 2월 말, 코로나가 심상치 않아 결혼식을 미뤘는데 의도치 않게도 우리에게 일상이 돌아왔다.


사회의 비일상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코로나는 점점 몸집을 더 불렸고, 전 세계를 압박했다. 다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없었다. 전과 달라진 것은 개인이 아닌 사회적인 비일상이란 것.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것도, 보고 싶은 이를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대중교통을 안 탄지도, 회사 대신 집에서 일하는 것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일상의 자유를 뺏기니 내적 욕구가 폭발한 걸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인지, 뭐라도 사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평소에 잘 보지 않던 쇼핑 앱을 영혼 없이 스크롤하고, 집 안을 채울 물건을 찾아 인터넷에 빠진 내가 참 빈곤해 보였다. 그런 하루를 보내서인지 특별한 이유 없이 종일 우울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그에게 아주 사소한 이유와 단서들을 말하고 나니, 결국 일상의 자유를 잃은 것이 가장 지분이 크다.


그런데 나에게 일상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나는 주말을 위해 사는 사람처럼 살았다. 매 주말마다 어디를 갈지 고민했고, 마음껏 돌아다니며 보고 만나고 먹고 즐기는 것이 그동안의 주말 루틴이었다. 새삼 나의 일상의 중심은 안이 아닌, 늘 바깥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기만 하고, 나 스스로가 중심이 되지 못했다.


나 자신이 중심인 일상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내가 중심인 일상을 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인스턴트 음식 대신 나를 위한 한 끼를 만들어 보고, 오랜만에 손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진득하게 책을 완독 하고, 웃고 울면서 영화를 보면서 오늘의 나는 무엇을 느꼈는지 날 것의 감정을 기록하면서, 자신을 관찰하며 알아가는 하루들을 보내고 싶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삶이 빈곤함을 벗어나 내적으로 풍요로운 하루를 선사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 내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내가 중심인 일상의 루틴이다. 이제부터라도 단단하게 만들어가야 할 시기다.


만약 자기만의 루틴을 새로이 마련하고 싶다면 아침에 눈 떴을 때부터 자신의 하루를 관찰해보자. 어떤 일상이 기분을 좋게 하는지, 하긴 해야 하는데 부담이 되는 일과는 무엇인지, 바꾸고 싶은 습관은 어떤 것이 있는지, 자신의 일상을 마치 관찰 카메라로 보듯이 살피면서 세세한 디테일부터 차근차근 따져보자. 그렇게 자기가 좋았던 순간들, 그리고 나태해지기 쉬운 위험 요소들을 하나씩 찾아내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평온한 일상을 꾸리게 될 것이다. (48p)
- 아무튼 계속 / 김교석 저


그런 관점에서 '아무튼 계속'이란 책이 지금 시기에 읽기 적절한 듯싶다.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번 주에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지.


문득 달력을 보니, 어제는 내가 신혼여행을 갔더라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여행을 취소한 건 수수료가 아깝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 꿈에 그리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었는데, 언제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디 코로나가 얼른 종식되고, 모두의 일상이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다들 오늘도 무사한 하루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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