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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May 27. 2020

청첩 편지

결혼식이 며칠 남지 않았다.

많은 이들에게 축하받는 날이지만 이렇게 압박감이 큰 일인지 겪어보기 전까진 몰랐다. 지나고 나면 정말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느 날엔 고단한 몸과 마음에 지쳐 한숨과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소식을 전하는 일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보다 결혼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누구'에게 전달해야 할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줘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누군가는 소식을 부담스럽게 느낄 것이고, 누군가는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 섭섭해 할 수 있다. 나 또한 부담 혹은 섭섭하게 생각한 누군가였으니까 그 심정을 너무나도 이해한다.

(동시에 그동안 청첩장을 줬던 이들의 모든 수고로움과 고민을 이제야 알게 되어 누군가에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게다가 코로나로 어려워진 시점이다 보니, 소식을 전하는 일은 더욱 무거운 짐이 되어버렸다.


청첩장 편지

소식을 전하는 사명을 다하면 버려질 종이겠지만, 청첩장에 좀 더 진심을 담아 전해주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받는 이들이 마치 편지처럼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청첩장에 편지를 쓸 수 있는 형식으로 다시 만들었다.


기존 벚꽃이 날리던 봄 풍경의 일러스트는 초 여름의 풍경으로 바꾸었고, 기존에 텍스트로 차 있던 한 면을 여백으로 비워냈다. 그리고 빈 여백에 그 사람을 위한 손편지를 썼다. 일일이 손편지를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결혼 소식을 전할 겸 그동안의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청첩장 뒷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문장을 넣었다.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40p / 정현주 저)


아직까지도 마음속의 모든 분들에게 소식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결혼 이후에라도 고마운 분들에게 손 편지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단한 하루에 힘이 되는 편지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앞으로의 삶은 더욱 진하고 풍부하게 마음껏 표현하면서 살아내고 싶다.

 

친구들이 결혼을 축하하며 써준 손편지들. 고단한 하루에 편지를 읽으니 참 힘이 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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