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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Sep 20. 2015

자라섬의 낮과 밤의 중간에서

양희은이 들려준 이야기.

처음 가본 자라섬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가을 햇살은 몸에 좋대~"라고 누군가가 말했지만, 이 날의 햇살은 뜨겁다 못해 몸이 타오를 것 같았다.



자라섬의 매력에 빠진 건, 낮과 밤이 바뀌는 시점이었다.

산등성이와 분홍 빛 노을이 어우러졌고, 약간 쌀쌀한 바람이 기분 좋게 몸을 감싸줄 때 즈음 양희은이 등장했다.



사실 양희은에 대해선 잘 몰랐고, 그녀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들어본 그녀의 목소리는 낮과 밤이 바뀌던 하늘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무대에서 기억이 남는 순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공연장의 모든 불을 끄고 관객들이 까만 하늘 위의 별을 바라보며 노래를 듣는 순간.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매우 낭만적이었고 새로웠다. 나중에 아이유도 '한 여름밤의 꿈'을 이렇게 들려주었는데, 그 노래를 들으며 친구와 영상 편지를 찍었다. 나중에 보면 분명 오그라들 테지만. 뭐 어떠랴.



두 번째로 인상깊었던 건, 그녀가 작사를 시작하게 된 에피소드였다. 예전엔 작사가가 남자인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여자의 언어'로, 여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단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의 생각이 달라짐을 전하고 싶어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고 얘기해 주었다.


'여자의 언어'라는 표현이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나의 언어로 나의 생각을 고백한다는건, 온전히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본 양희은이란 사람은 삶을 진실하게 노래하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불러준 노래 중에, 개인적으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의 멜로디와 가사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장미여관>의 육중완이 선물한 노래인데, 양희은의 목소리와 감성이 어우러져 울림이 있는 노래였다.


계절이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
내 마음도 바뀔까 두려워
어린아이처럼 울고 싶을 때 생각나는 이름 있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 그대


나중에 꼭, 엄마 손 잡고 양희은 콘서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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