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럭 위에 앉은 꽃잎
물에 젖은 비닐인 듯
땅에 철썩 붙어있다
사람들 신발바닥을 따라
떠올랐다가 다시 날리는 꽃잎
사람들의 통로에 봄비는 내리고
어디선가 세게 불어온 바람에
문이 콰앙하고 닫힌다
문 앞에서 문득
끊어지는 사람들의 발자취
예전의 사랑이 마음의 문을
콰앙하고 닫았을 때
나의 마음이 함께 갇혔다
문 안쪽에서 미처
빼내지 못했던 신발
물기가 나를 비닐처럼
꽃잎처럼
납작하게 밀어 붙였던 기억이다
육두문자(肉頭文字) 같던
아, 신발신발신발
* 사진 - 경기도 고양시 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