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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Apr 17. 2017

2호선 당산역에 비가 내리면


보도블럭 위에 앉은 꽃잎

물에 젖은 비닐인 듯

땅에 철썩 붙어있다

사람들 신발바닥을 따라

떠올랐다가 다시 날리는 꽃잎


사람들의 통로에 봄비는 내리고

어디선가 세게 불어온 바람에

문이 콰앙하고 닫힌다

문 앞에서 문득

끊어지는 사람들의 발자취


예전의 사랑이 마음의 문을

콰앙하고 닫았을 때

나의 마음이 함께 갇혔다

문 안쪽에서 미처

빼내지 못했던 신발


물기가 나를 비닐처럼

꽃잎처럼

납작하게 밀어 붙였던 기억이다

육두문자(肉頭文字) 같던

아, 신발신발신발




* 사진 - 경기도 고양시 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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