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아파트 B동 612호에 살던
반고흐(van Gogh)씨
아니, 반고씨(盤古氏)는
코딱지만한 방에서
발을 붙이고 살다가
혼자 죽었다
그 같은 죽음은
횡성 아파트 B동에서는 흔한 일이었는데
B동 사람들의 피는
횡성의 강과 바다가 되고
사람들 몸에 났던 털들은 모두
풀과 나무로 다시 태어난다고도 했다
죽음마다 눈(目)이 없는 시체로
발견된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는데
달에 가면 아파트 B동 사람들 것인
눈(目)들의 묘지가 따로 있다고도 했고
달 자체가
커다란 눈(目)이라고도 했다
횡성 아파트 B동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의 소원은
몸이 날아다닐 듯 가벼운 삶이 가능한
달 행성 M00번대 아파트로의 입주이자,
푸른 색의 행성 B를 자신의 베란다에서
감상하는 것이라고 한다
* B612 - '어린왕자'에 나오는 소행성
** 반고씨(盤古氏) - 중국 창세 신화, 천지개벽(天地開闢)을 하여 처음 세상을 만든 신. 혼돈씨(混沌氏)라고도 부른다. 천지가 혼돈(混沌) 속에 있을 때 태어나 1만 8천 년이 지나는 동안 하늘과 땅이 나뉘면서 하늘 매일 1장(丈)씩 높아지고 땅은 매일 1장씩 두터워지며 반고는 매일 1장씩 자랐다고 한다. 이렇게 1만 8천 일이 지나가자 하늘은 지극히 높아졌고 땅은 지극히 낮아졌다. 반고가 죽자 머리는 네개의 큰 산이 되고, 눈은 해와 달이 되고, 기름은 강과 바다가 되고, 털은 초목이 되었다고 한다.